IS, 바그다드 인근 라마디 점령으로 반격 포문

입력 2015-05-18 21:57
바그다드 시내. 국민일보DB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최대 안바르주(州)의 주도 라마디를 장악하며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IS가 절반 이상 차지한 안바르 주는 시리아, 요르단과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인 데다 라마디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불과 110여㎞ 떨어져 있어 바그다드마저 위험에 놓였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IS가 17일(현지시간) 인터넷에 올린 성명에서 “알라의 가호로 칼리프국가 전사들이 라마디를 깨끗하게 정화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다라프 알 쿠바이시 라마디 시장은 “IS가 연쇄 차량 폭탄테러를 감행해 점령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안바르 주지사 대변인 겸 보좌관인 무한나드 하이무르 역시 “(정부군이) 안바르 작전통제소에서 철수했다”고 확인했다. 익명의 이라크군 관계자도 영국 BBC 방송에 “대부분의 부대가 라마디 동쪽 칼리디야 군기지로 철수했다. 탄약이 떨어져 IS의 대규모 공격에 저항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IS는 라마디 시내 대부분을 장악한 뒤 주정부 청사에 자신들의 검은 깃발을 내 걸었다. 시내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졌지만 자살 차량공격을 앞세운 IS의 총공세가 집중되면서 보급과 증원이 이뤄지지 않은 정부군과 경찰은 다수의 무기와 차량을 내던진 채 지리멸렬하게 패퇴했다.

산발적인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군과 민간인 등 500여명 이상이 사망하고 50여명의 군·경이 포로로 잡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8000여명의 주민들이 격렬한 교전 속에 피난길에 올랐다.

라마디를 빼앗긴 것은 이라크 정부군으로선 지난해 IS 점령지에 대한 탈환작전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패배다. 라마디와 안바르주는 바그다드와 인접한 ‘수니파의 심장부’로 IS가 일찍부터 공세를 집중시켜왔다. 후세인 정권의 몰락 이후에도 라마디와 인근 팔루자는 수니파 반미 저항세력의 거점으로 크고 작은 전투가 계속돼왔다. 특히 IS의 발호 이후 이들과 이라크 정부군 간의 쟁탈전이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라크전 이전 50만명에 육박하던 주민 수는 최근 20만명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시리아와 요르단으로 연결되는 주요 전략거점이기도 한 안바르주가 라마디를 포함 절반 이상이 IS의 세력권에 들어가면서 정부군과 국제연합군의 라마디 탈환 시도는 거세질 전망이다. 라마디 절대 사수 명령을 하달한 지 하루 만에 도시를 빼앗긴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정부군과 수니파 지원군, 시아파 민병대 등 가용 병력을 총동원해 안바르 지역 탈환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 지난 3월 티크리트 탈환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지전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IS 조직원들이 지중해 난민선에 조직원을 침투시켜 유럽에 밀입국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BC는 리비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IS가 밀입국 조직에 보호세를 받고 밀항선을 이용해 난민으로 위장한 조직원들을 미리 잠입시켜 유럽 침공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