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팬 커뮤니티사이트는 18일 투수 정대훈(30)과 김기현(26)이 김 감독 앞에서 춤을 춘 34초 분량의 영상으로 들끓었다. 한 방송작가가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촬영해 17일 블로그에 올린 영상이다. 사진과 소식은 이미 팬들에게 전해졌지만 그 생생한 현장을 담은 영상은 처음으로 공개됐다.
경기에 앞서 훈련을 위해 모인 선수들은 김 감독을 둘러싸고 스승에게 존경을 담아 인사했다. 이어 정대훈과 김기현이 김 감독의 앞으로 나와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춤을 췄다. 영상은 이 상황을 담았다. 정대훈과 김기현은 깜찍하지만 어색한 안무로 폭소를 자아냈다. 이들을 둘러싼 선수들도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듯 고개를 숙이거나 손으로 입을 가렸다.
두 손을 허리춤에 얹고 위풍당당하게 서있던 김 감독도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정대훈과 김기현이 하트를 그리며 안무를 끝내자 김 감독은 박수로 화답했다.
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커뮤니티사이트와 SNS로 퍼졌다. 야구팬들은 “숨을 참을 수 없을 만큼 웃었다” “무뚝뚝하게 서있는 김 감독 때문에 더 웃음이 나온다” “손과 발이 오그라든다. 그래도 귀엽다”고 했다. 한 한화 팬은 “김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단결력이 올해의 상승을 이끈 원동력이다. 그걸 보여준 영상이다”라고 했다.
선수들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은 김 감독은 “야구는 연습하지 않고 춤만 연습한 게 아니냐”고 농담조로 면박을 주면서 “선물은 없어도 된다. 이기면 된다”고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스승의 날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3연전 첫 날이었다. 한화는 당일부터 2연패를 당해 김 감독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3연전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0대 6으로 뒤진 3회말부터 7점을 뽑아 승부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김 감독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이 경기에서 패할 경우 하위권에 머물 수 있었던 한화는 5할대 승률(0.519·20승19패)을 유지하며 6위로 도약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