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같은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 아니랬지?”
자신에게 깎듯이 인사하는 손주를 나무라는 할머니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한 버스기사의 넋두리에 누리꾼들 응원 메시지가 달리고 있다.
마을버스 기사라는 글쓴이가 17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글쓴이는 마을버스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승객들이 대부분 동네 사람이 다보니 한명 한명에게 인사를 하며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속상한 일을 겪었다는 것.
어린 손자와 할머니가 타길래 여느때처럼 인사를 했는데 그 아이도 “안녕하세요”라고 깎듯이 인사를 받았다.
글쓴이는 참 교육을 잘받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에 올라오는 할머니가 신경질을 내며 아이에게 들어가라고 떠미는 것이었다.
뭔가 언짢은 일이 있구나 생각한 것도 잠시, 뒤에서 귀를 의심할만한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가 아이에게 “저런 사람에게는 인사하는 거 아니라고 말했지? 저 기사아저씨는 못 배워서 이런 운전을 하니 인사 받지도 하지도 말라”며 “공부 안하면 저 아저씨처럼 되는 거니까 사람들이 무시하는 거야”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할머니의 충격적인 발언에 글쓴이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았는데 운전석에 앉아있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늘 안전하게 승객들을 모셔야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했지만 그 말에 모든 자신감도 없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몇 정류장 지나 그 할머니가 글쓴이에게 다가오더니 아이가 먹다남은 과자와 음료, 10원짜리기 섞인 300원을 글쓴이게 주고 버스에서 내렸다고 한다. 현금 300원은 요구르트는 사먹으라는 것.
할머니의 그런 행동에 더 속이 상했다는 글쓴이는 그래도 더 악착같이 친절하게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승객의 ‘진상 짓’ 때문에 난 화를 다스리는 글쓴이의 긍정적 마음가짐이 돋보였다.
글쓴이는 “(할머니는) 가끔 타시는 분 같은데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면 마음이 바뀌시겠지요. 스트레스 받으면 자기만 손해니 긍정적으로 살려고 한다”며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 가며 마음이 풀린다. 솔찍히 (버스기사들)저희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자평했다.
글쓴이는 “운전하시는 분 힘드신 일 있으셔도 긍정적으로 마음 푸세요.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입니다”라는 당부를 함께 글을 끝맺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정말 못배운 사람들이네” “멋진 기사님 홧팅 하세요” “잘난 사람이 버스를 왜 탑니까” “화를 다스리는 긍정의 마인드 응원할게요” “아직도 저런 무개념자들이 있네요. 손주가 걱정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버스기사 같은 못배운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 아니야!”… ‘잘난’ 할머니의 손자 교육?
입력 2015-05-18 11:50 수정 2015-05-18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