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일본판 ‘하시모토 극장 정치’ 막 내리다

입력 2015-05-18 13:21

뛰어난 언변과 거침없는 주장, 과감한 승부사 기질 등으로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닌 하시모토 도루(45) 일본 오사카 시장(유신당 최고고문)이 쓸쓸하게 정계를 떠나게 됐다.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해온 오사카 재편구상이 17일 주민투표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한 때 대권주자까지 거론됐지만 무상급식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은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일본 버전인 셈이다.

그는 부결이 확실시되던 17일 밤 11시10분쯤 기자회견장에서 약속한 대로 연말 시장 임기를 마친 뒤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확언했다.

변호사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뒤 ‘나중에 다시 정계 복귀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와세다대 정경학부 출신인 하시모토는 정치입문 전 많게는 주 9회 버라이어티쇼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거액을 벌어들이는 ‘탤런트형 변호사’였다.

지명도를 앞세워 만 38살 때인 2008년 도쿄 다음가는 대규모 광역지자체인 오사카부(大阪府)의 지사에 취임한 그는 2010년 이번에 부결된 오사카 재편 구상(오사카시를 폐지해 오사카부 산하의 5개 특별구로 만드는 방안)을 내걸고 지역 정당인 오사카유신회를 창당했다.

이어 2012년 전국 정당인 일본유신회(현 유신당)를 만든 그는 ‘원조 우익’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지사와 손잡고 그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당을 일약 제2 야당으로 이끌었다.

언변과 추진력, 승부사 기질을 가진 하시모토를 일본 정가에서는 ‘차세대 총리감’으로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간사이(關西) 지역의 ‘맹주’로 군림하던 하시모토가 한 풀 꺾인 계기는 2013년 5월13일, “위안부 제도는 당시에 필요했다”는 망언이었다.

전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적지 않은 ‘여성 표심’이 그에게 등을 돌리게 만든 이 발언이 있은 후 유신당은 2013년 도쿄 도의회 선거와 참의원 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했다.

이시하라와 결별한 뒤 작년 9월 에다 겐지(江田憲司·현 유신당 대표)가 이끄는 통합당과의 합당을 통해 재도약을 모색하던 그는 자신의 정치 원점인 오사카도 구상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가 결국 분루를 삼켰다.

그의 정치 스타일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2001∼2006년 집권)의 뒤를 잇는 ‘극장정치’로 불렸다.

매일 출퇴근때 오사카시청에서 ‘제한시간’ 없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약식 기자회견을 하며 자신의 소신을 직설화법으로 밝혔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대표적 혐한단체인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당시 회장과 토론하겠다고 나섰다가 반말과 고성을 주고받더니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황당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