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색소폰이 있지만 '부르주아 악기'로 통한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18일 보도했다. 소리가 고급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한 탈북자는 “북한은 재즈풍의 소리가 나는 악기들을 '자본주의 황색바람 소리' 혹은 '비사회주의 음악'이라며 배척한다”고 말했다.
북한 내 음악은 소리 자체가 높고, 선전에 활용할 수 있는 일정 이상의 템포를 요구한다. 하지만 색소폰은 그 반대다. 이 탈북자는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색소폰이 허용된 곳은 왕재산음악단과 모란봉악단 뿐”이라며 “그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악기”라고 말했다.
또다른 탈북자는 “북한에서 김정일 지시가 떨어진 적이 있었다”며 “김정일은 당중앙위원회 문화예술부 간부들에게 '트럼펫을 비롯한 금관 악기들 같은 경우 매우 직선적이고 선동적이며 대중들을 고무, 격려한다. 하지만 색소폰 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혁명하고 싶을 생각이 없을 정도로 부르주아 날라리 근성이 있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탈북자는 “워낙 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다 보니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다 들리면 '남한식 악기가 들린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주위에 색소폰을 부는 사람이 있으면 가장 첫 질문이 '그거 불어도 괜찮냐'고 한다”며 “그만큼 자본주의 악기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는 것이다. 소리는 좋은데 불다가 잡혀갈 것 마음이 더 커서 불안한 악기가 색소폰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는 음악 전문가들이 색소폰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70 먹은 노인도 불 수 있는 악기'라는 이유에서다. 다른 금관 악기의 경우 부는 압력 때문에 폐활량이 좋아야 하지만 색소폰은 '힘 없는 할아버지도 물고 불면 소리가 나는 악기'로 평가받는 다는 것이다. 북한 음악계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음악이다보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더 적어진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색소폰은 부르조아 악기?” 北, “자본주의 황색바람 소리” 배척
입력 2015-05-18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