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을 그만 팔아먹어라?” 오늘 취임 100일 맞은 문재인...그에게 던져진 광주시민의 목소리

입력 2015-05-18 00:04

4·29 재보선 참패 후폭풍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문 대표는 17일 오후 광주에 도착해 금남로를 걸으며 시민들을 만나고, 광주공원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민주대행진 및 전야제에 참석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로부터 "호남을 그만 팔아먹어라", "문재인은 여기오면 안돼", "세월호 문제를 방관하는 새정치연합은 퇴진하라"는 등의 야유를 듣는 등 싸늘한 호남민심을 확인해야 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과도 악수를 나누고, 당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행사장서 나란히 옆자리에 앉았지만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는 등 '어색한 만남'도 이어졌다.

문 대표는 1시간 가량 행사를 지켜본 뒤 자리를 떴다.

행사 전에는 문빈정사의 법선스님과 천 의원의 희망연구소에도 몸담고 있는 백양사 지선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선스님이 "김종필 전 총리가 '정치는 참고 견디는 것이니 기다리라'는 말을 했다. 흉년이 들더라도 다음해 농사 준비를 잘 하겠다는 농부의 심정으로 정치를 하라"면서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이 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스스로 손을 놔버리고 다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유은혜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표는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을 잘 새겨듣겠다"고 답했다고 유 대변인이 설명했다.

문 대표는 광주 방문 전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당 쇄신안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도 비주류 측의 "시간끌기, "물타기"라는 반발에 부딪히면서 빛이 바랬다. 애초 강도높은 혁신안을 들고 호남을 찾아 민심을 달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취임 100일째인 18일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민주의 종' 타종행사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이어서, 호남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극심한 계파갈등 속에 당이 뿌리부터 흔들리는데다, 당과 본인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추락하는 등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해 이후의 쇄신 의지나 당내 단합 등을 부각시키면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퇴 의사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은 별도로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문 대표와 주 최고위원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표는 이날 행사를 마치고 상경한 후로는 금주 중 출범시키기로 한 혁신기구 구성이나 인적쇄신을 위한 당직개편 등에 몰두할 전망이다.

지난 2월 8일 닻을 올린 '문재인호'는 100일간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갔다.

취임 직후 중도 행보를 강조하면서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등 순항하는 듯 했지만,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문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며 계파갈등이 본격화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문 대표 개인으로서도 본인이 전당대회 전 언급한 '세 번의 죽을 고비'중 첫 번째 고비(전대 승리)는 넘겼지만 두 번째 고비를 넘기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대권 행보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야권의 지도자로 우뚝 설지, '패장'으로 전락하는 정치적 명운에 처할지 모든 것은 문 대표 자신에게 달렸다고 조언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