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동암로 엠마오교회(한창수 목사)는 20가구가 출석하는 작은 교회다. 하지만 대형교회도 엄두를 내기 힘든 ‘와이즈 마더스 클럽(Wise mother’s club)’ ‘303비전성경암송학교’ 등을 운영하며 대구지역 학부모들에게 가정예배를 통한 신앙전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엠마오교회는 ‘한국교회가 1, 2시간짜리 주일학교 교육에만 의존하다간 신앙전수에 실패하고 만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말씀암송 사역을 시작했다. 신앙전수 원리는 간단하다.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하라”(신 6:7)는 말씀대로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성경말씀을 가르치며 함께 암송하는 것이다.
한창수 목사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부모세대로부터 어떻게 자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지 배우지 못했다”면서 “그렇다 보니 학업은 학교에, 신앙은 교회학교에 위탁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신앙전수에 성공한 유태인을 부러워하지 말고 유태인처럼 자녀의 머릿속에 하나님의 말씀을 각인시켜야 한다”면서 “그렇게만 하면 기독교 안티 세력이 아무리 활개를 쳐도 한국교회의 미래는 밝다”고 설명했다.
엠마오교회의 목회 철학이 분명하다 보니 교회학교 학생들은 말씀암송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성경말씀 1000절을 암송하는 김경태(16)군은 “2007년부터 엄마와 꾸준히 외웠는데, 1000절을 모두 암송하려면 적어도 3~4시간은 걸린다”면서 “설교 때 나오는 성경구절 중 3분의 2 이상은 내가 외운 것인데 들을 때마다 반갑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군은 “성경을 암송하니 암기력이 무척 좋아졌다”면서 “학원에 다니지 않지만 수업시간에 집중만 하면 전교에서 중상위권 성적은 유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군의 어머니 김향숙(44)씨는 “경태가 처음에는 말씀을 기계적으로 외웠지만 차츰 외운 말씀을 묵상하며 가정예배 때 나누기 시작했다”면서 “자기주도 학습이 습관화된 것도 말씀암송의 부수적 효과”라고 말했다. 김씨는 “열두 살짜리 딸도 800절은 외우는 데, 엄마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꾸준히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말씀암송 예배야말로 신앙을 전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엠마오교회는 어머니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대구지역 어머니 30여명이 모이는 ‘와이즈 마더스 클럽’이다. 대구산성교회에 출석하는 이효진(40)씨는 “3년째 매주 모임에 참석하는데 다른 엄마들로부터 도전을 받고 열심히 암송예배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말씀암송은 힘든 ‘노동’이지만 4명의 자녀에게 ‘삶의 우선순위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에 있으며, 외운 말씀이 너희들의 인생을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꾸준히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성은교회 부목사 사모인 최현주(35)씨도 “목회자 가정이라고 해서 신앙전수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아이의 가슴에 새겨진 말씀은 영적 암흑기로 변해 가는 세상에서 자녀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매주 토요일 오전 9~12시 초등학생 19명이 참여한 가운데 방과 후 성경학교 개념인 ‘303비전꿈나무 주말학교’도 진행한다. 엠마오교회는 성경암송 예배의 실제와 노하우를 제시하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303비전성경암송학교’를 개최한다. 관련기사 29면 대구=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저출산 고령화] 말씀암송으로 신앙 전수하는 대구엠마오교회
입력 2015-05-17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