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사형 선고, 지지자들 강력 반발로 이집트 혼란의 소용돌이

입력 2015-05-17 16:51
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가 사형을 선고받았다.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이집트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들은 이집트 법원이 무르시 전 대통령에게 탈옥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2011년 초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혼란한 틈을 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도움을 얻어 교도소를 탈옥하고 경찰을 공격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있었다. 이집트 법원은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카이라트 엘샤테르 등 100여명에게도 이날 사형을 선고했다. 이집트 법원은 사형 판결을 종교 최고지도자(무프티)에게 보내 최종 결정을 받게 된다. 최종 결정은 다음달 2일 내려진다.

북 시나이 주 엘아리쉬에서는 무르시 전 대통령 사형 선고 직후 2명의 판사와 1명의 검사가 피살됐다.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시나이반도 북부에서는 이집트군과 경찰 등을 겨냥한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이날 선고에 강력히 반발하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집트는 불행히도 득표율 52%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면서 “고대 이집트로 회귀했다”고 비난했다. 수니파 이슬람 성향으로 무슬림형제단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됐을 당시 쿠데타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외교관계를 격하한 바 있다.

무르시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아므르 달라크는 “오늘은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 중 하나”라며 “이집트의 민주화 과정을 영원히 지워버리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국제사면위원회(AI)도 “사형선고는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장치가 돼버렸다”며 규탄했다.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으로 60년의 군정을 끝내고 2012년 6월 선거에서 승리한 무르시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의 군부 쿠데타로 1년 만에 축출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