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탄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탄두 ICBM은 과거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간 군비경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무기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핵무기 경쟁을 염두에 두고 다탄두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보낸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이 최첨단 ICBM인 ‘둥펑(東風)5’ 20기를 개발해 지하격납고에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미 핵무기 전문가들은 둥펑5 중 최소 10기가 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ICBM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이 맞다면 중국이 미국으로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는 종전 20개에서 40개로 배로 늘어난다.
중국은 지난해 몇 차례 다탄두 미사일 실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다탄두 ICBM 개발에 성공하고 실전배치한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이전 ICBM은 미사일 1기 당 핵탄두를 한 개 탑재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다탄두 미사일은 미사일 한 개가 서로 다른 목표와 궤도를 가지는 핵탄두를 날릴 수 있어 미사일 수를 늘리지 않고도 핵전력을 단숨에 배가시킬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핵탄두 보유 수를 비교하면 대략 8대 1 정도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다탄두 핵미사일을 가지면서 핵무기 경쟁의 열세를 다소 만회할 수 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중국은 최소 20년 전부터 다탄두 미사일 기술을 갖고 있었으나 ‘경제성장에 주력하고, 군비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게 그동안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미국은 중국 측에 다탄두 미사일 개발에 나선 이유를 물었으나 공식적인 회담에서 이를 안건으로 삼기를 원치 않았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고 NYT는 전했다.
부시행정부 시절 안보보좌관을 지낸 애쉴리 텔리스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오랫 동안 미국의 핵 우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며 “다탄두 미사일 개발은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 명백하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등장 이후 소극적인 핵 억지력 보유에 그칠 것이라던 기존 중국 지도자들의 전략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진단했다. 또 중국의 다탄두 미사일 보유로 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방 구축 전략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신문은 전망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
“중국, 다탄두 ICBM 보유” 국방부 연례보고서
입력 2015-05-17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