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인터뷰 “파리오페라발레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도전입니다”

입력 2015-05-17 16:36
파리오페라발레의 '라 수르스'에서 주역으로 출연한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 제공

“파리오페라발레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도전입니다. 하지만 입단 이후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뻐요.”

‘발레의 종가’ 파리오페라발레의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 박세은(26)은 2014-2015시즌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1월 솔리스트에 해당하는 쉬제로 승급한 데 이어 12월 ‘라 수르스’에서 동양 무용수 최초로 주역을 맡았다. 지난 3월 파리오페라발레를 대표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주역으로 나섰고, 4월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클래식발레 최고봉인 ‘백조의 호수’에서도 주역이 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파리오페라발레의 전용극장인 팔레 가르니에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준비기간이 짧았던 ‘백조의 호수’ 때는 걱정 때문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누워 있으면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을 정도였다”며 “이번 시즌은 정말 힘들었지만 좋은 성과를 얻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671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는 단원만 160여명이지만 외국인은 5%를 넘지 않는다. 워낙 순혈주의가 강하다 보니 동양인은 입단 자체가 어렵다. 박세은에 앞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000년 동양인으로는 처음 입단해 2009년 쉬제로 은퇴한 바 있다.

파리오페라발레 단원은 5단계로 구분되는데, 코르 드 발레(군무)-코리페(군무 리더)-쉬제-프리미에 당쇠즈(주역)-에투왈(주역 중 최고 무용수) 순이다. 프리미에 당쇠즈까지는 승급 시험을 통해 선발되지만 에투왈의 경우 예술감독과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지명되며 비프랑스인이 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벵자멩 밀피예(38)가 박세은 등 젊은 무용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면서 발레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무용 전문지 ‘댄스 큐브’는 박세은이 지난해 쉬제 승급시험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아시아 출신으로 처음 에투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11년 7월 파리오페라발레 준단원으로 입단한 박세은은 이듬해 8월 정단원인 코르 드 발레가 됐다. 2013년 1월 코리페에 이어 지난해 11월 주역으로도 무대에 설 수 있는 쉬제로 승급하는 등 질주를 거듭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출신인 그는 2007년 로잔 콩쿠르 우승을 비롯해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 등 숱한 콩쿠르를 휩쓸었다. 파리오페라발레 준단원에 앞서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 갔으면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겠지만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내 자신의 한계를 깨보고 싶었다”며 “존 노이마이어, 윌리엄 포사이스 등 기라성 같은 안무가들과 작업하며 수많은 레퍼토리를 접하는 것은 댄서로서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11월 프리미에 당쇠즈 승급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만약 그가 프리미에 당쇠즈가 되면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그는 “한국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지만 군무부터 주역까지 춰야 하는 쉬제이다보니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조만간 지금보다 좋은 모습으로 꼭 한국 관객과 만나겠다”고 밝혔다.

파리=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