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특수부대가 시리아 동부 지역에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첫 기습 지상작전을 벌여 IS 고위 지도자를 사살했다. 미군이 인질 구출을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한 적은 있지만 IS 지도자 체포 및 사살을 위해 특수부대를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습 위주 IS 격퇴전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천명한 ‘제한적 지상전’의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어젯밤 미군 특수부대에 시리아 동부 알아므르에서 아부 사야프로 알려진 고위 지도자와 그의 아내를 체포하는 작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카터 장관은 “아부 사야프는 미군의 작전 과정에서 사살됐으며 생포된 그의 아내는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수감됐다”고 말했다.
아부 사야프는 IS의 군사작전 지휘와 함께 석유·가스 밀매 등 재정문제를 담당해 온 IS의 ‘금고지기'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아부 사야프는 IS의 최고재무책임자(CFO)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내인 음 사야프 역시 IS 조직원으로 각종 테러행위 가담은 물론이고 인신매매에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작전과정에서 아부 사야프와 더불어 IS 조직원 10여명도 사살됐으며 미군의 희생은 없었다. 24명의 미 육군 정예부대 델타포스 부대원들은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수직이착륙기 V-22 오스프리를 이용해 한밤 기습작전을 벌인 뒤 수시간만에 출발지인 이라크 귀지로 귀환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가 수집한 정보와 위성 이미지, 무인기 정찰, 감청 등을 이용해 지난 몇 주간 아부 사야프를 감시한 후 이번 작전을 수립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신뢰할 만한 정보라고 판단해 백악관 안보팀의 권고에 따라 작전을 승인했다. 당초 아부 사야프를 생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그가 거세게 반격함에 따라 사살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육박전이 포함된 근거리 전투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단 이번 작전은 전면적인 지상군 투입과는 거리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월 초 미 의회에 IS를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3년 기한의 무력사용권(AUMF)의 승인을 요청하면서 공개한 제한적 지상전 구상의 일환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나 동맹국 관련 인력 구출작전, IS 지도부를 겨냥한 군사작전 시 특수부대 활용 등 좀 더 제한적 상황에 한해 지상전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면적인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 없이는 IS 격퇴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해 온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는 이번 작전을 계기로 행정부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IS는 시리아 사막에 있는 고대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 북부 대부분을 장악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 북부 고대 도시인 님루드와 하트라 유적에 이어 팔미라 남서쪽에 위치한 고대 유적도 IS에 의해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미군, 첫 특수부대 이용 제한적 지상전… 시리아서 ‘IS 금고지기’ 사살
입력 2015-05-17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