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야당 대표 100일, 이기는 정당은 없었다

입력 2015-05-17 16:07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이기는 정당’을 내세워 당선됐다. 하지만 ‘이기는 정당’은 없었다. 18일이면 문 대표의 취임 100일이 되지만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 개인 모두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문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정부를 향해 ‘전면전’을 선언했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오히려 새정치연합이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간의 전면전 직전까지 온 상태다.

취임 초기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을 명시적으로 비판하는 등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또 ‘유능한 경제정당'을 앞세워 경제 행보를 이어가면서 수권 정당, 대안 정당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당 내부적으로는 비교적 탕평 인사를 하면서 계파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했다.

문 대표는 취임 5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지금까지 5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었는데, 앞으로 50일 더 마늘과 쑥을 먹어야 제대로 변화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4·29 재보선 참패는 공들여 쌓아놓은 ‘이기는 정당론’을 한 순간에 무너뜨려 버렸다. 재보선은 ‘성완종 리스트’와 세월호 참사 1주기라는 여권의 악재 속에 치러졌지만 새정치연합은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전패했다. 특히 4곳 중 3곳이 야권 지역구인데다, 광주 서을, 서울 관악을이라는 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지역에서마저 완패하면서 당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새정치연합은 ‘이기는 정당’뿐 아니라 ‘패배를 반성하는 정당’도 되지 못했다. 문 대표는 참패 책임론에도 “단결할 때”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할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과 이에 따른 직무정지,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로 지도부는 이미 정상 궤도를 이탈한 상태다.

잠잠했던 계파갈등은 일촉즉발 상태다. 특히 문 대표가 최근 비노 진영의 재보선 전패 책임론에 대해 ‘총선 공천권 요구’라고 규정한 메시지가 유출되면서 당내 비노 의원들은 ‘문 대표가 친노 좌장을 길을 선택했다’며 들끓고 있는 상태다.

취임 100일 만에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에 대한 국민 기대는 싸늘하게 식었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문 대표의 취임 직후인 2월 둘째 주 당 지지율은 29%, 문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은 25%였다. 하지만 이런 기세는 불과 3개월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5월 둘째 주 당 지지도는 22%, 문 대표 지지율은 15%로 추락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