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오카자키, 구자철에게 무시당한 거지?”… 서운한 日 축구팬들

입력 2015-05-17 12:10
중계방송 화면촬영

후반전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1분10초쯤 수비수 박주호(28)는 쾰른 FC의 중원 왼쪽에서 공을 발로 잡았다. 박주호는 공을 몇 차례 툭툭 쳐 자리를 잡고 왼발로 강하게 때렸다. 공은 골문 앞으로 날아갔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든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29·일본)의 머리로 정확하게 향했다.

공은 오카자키의 머리를 맞고 다시 떴다. 골문 왼쪽으로 쇄도한 미드필더 구자철(26)의 앞으로 떨어졌다. 구자철은 주저하지 않고 왼발을 내밀었다. 박주호의 발끝에서 출발해 오카자키의 머리를 거쳐 구자철의 발끝에 걸릴 때까지 두 번의 곡선과 한 번의 직선을 그린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었다. 독일 프로축구 마인츠의 ‘아시아 트리오’가 선제골을 합작한 순간이었다.

17일 새벽 독일 마인츠 코파스 아레나에서 열린 마인츠와 FC 쾰른의 2014-2015 분데스리가 33라운드 중계방송을 텔레비전으로 시청한 한국과 일본 축구팬들은 구자철의 선제골이 터진 순간 동시에 환호했다. 하지만 일본 축구팬들의 환호성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오카자키를 외면한 듯한 구자철의 골 세리머니 때문이었다.

구자철은 골을 넣고 벌떡 일어나 다가오는 박주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달려갔다. 왼쪽에서는 마지막 터치로 어시스트한 오카자키가 두 팔을 벌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구자철의 시선은 박주호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 구자철은 박주호의 손을 잡은 뒤에야 활짝 웃었다. 몰려든 동료들과 부둥켜안으며 선제골을 자축했다. 그동안 오카자키는 구자철의 어깨에 손을 겨우 얹고 뒤쫓고 있었다. 중계방송 화면의 시야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일본 축구팬들은 서운했다. 마인츠의 경기를 다룬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뉴스 게시판에는 “구자철이 오카자키에게도 한 번은 관심을 줬으면” “아시아 트리오 중에서 박주호의 킥이 가장 좋긴 했지만 오카자키의 어시스트가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구자철과 오카자키는 같은 유니폼만 입었을 뿐 친구가 아닌 것인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저급한 혐한 정서를 자극하며 “두 명의 한국 선수가 마인츠의 주요 전력인 오카자키를 이지메(왕따)하는 게 아니냐”는 댓글도 있었다.

마인츠는 2대 0으로 승리했다. 구자철의 선제골은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리그에서는 5번째, 독일축구협회컵(DFB포칼)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포함하면 7번째 득점이다. 마인츠는 올 시즌 폐막을 한 경기 남기고 9승13무11패(승점 40)로 10위에 올랐다. 모두 18개 구단이 싸우는 분데스리가에서 중위권을 하회하는 순위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