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30일 전후 반역죄로 숙청되면서 북한 고위층에선 승진 징크스가 생겼다고 17일 북한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보도했다.
현영철은 본래 중국과의 국경수비를 담당하는 8군단장 출신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군부 핵심요직에 발탁됐고 '김정은의 남자'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졸았다'는 이유로 총살당했다.
북한은 승진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고위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승진은 곧 책임감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된 예는 수없이 많다. 스키장 건설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화폐개혁이 실했다는 이유로 총살 당한 사건은 익히 알려져 있다.
북한 고위직 출신 한 탈북자 “현영철은 김정은이 선택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총살 됐으니, 앞으로 권력에 공석이 있을 때 한 켠에는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일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지방으로 2~3년 보내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갇은 뒤 복귀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굉장히 극단적이다. 앞으로 북한 내에서도 승진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해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탈북자는 “현영철을 사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공포정치라고 말하는데, 주민에게는 충격정치다. 장성택때도 그랬다”며 “장성택도 김정은이 집권한 후 인민군 대장으로 승진하고 숙청되지 않았나. 주민들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이어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아마 더욱 충격을 받지 않을까 싶다. 북한 내 승진 징크스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굳이 고위직을 예로 들지 않아도 인민반장부터 책임감을 떠안기 싫어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또다른 탈북자는 “과거에는 정권에 절대적으로 충성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권에서 요구하는 책임감을 자신의 본분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완전히 사고가 변했다. 오히려 그런 책임감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또 장마당이 생겨나면서 정권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 북한 주민들은 '내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정권의 하수인이 돼서 뭐하나'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 흔한 인민반장조차 되기 싫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북한은 지금 고위직, 일반 주민 할 것 없이 승진을 두려워하고 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현영철 처형, 승진 징크스 생겼다?” 北간부, 고위직 기피 현상 뚜렷
입력 2015-05-1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