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살인, 굶주림… 그곳은 떠다니는 지옥이었다

입력 2015-05-16 16:03
종교적 박해와 가난을 피해 무작정 바다로 나간 미얀마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 난민들이 선상에서 살인, 착취, 굶주림의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아체주 랑사에서 구조된 ‘보트피플'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겪는 참상을 생생히 전했다.

로힝야족인 마누 아부둘 살람(19·여)은 인터뷰에서 “보트 생활이 이토록 참혹할 줄 알았다면 차라리 미얀마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800여명의 난민과 함께 목선에 올랐던 살람은 물과 음식이 바닥나면서 날카로워진 난민들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살람은 “방글라데시인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우리(로힝야족)를 공격해 오빠가 죽었다. 시신들은 바다로 내던져졌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방글라데시 출신 난민 사이둘 이슬람(19)도 “석 달간 표류하면서 굶주림과 부상으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더는 견딜 수가 없어서 물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선장은 우리를 채찍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장이 우리 마을로 와서 말레이시아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하더니 바다로 나가니까 수백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가족에게 전화를 하라고 시켰다”고 폭로했다.

태국에서 구조된 로힝야족 난민 모하메드 살림(30)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로커가 말레이시아로 가려면 4천 링깃(미화 1100달러·한화 122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동남아 각국은 2주 전부터 난민들을 배로 실어보내는 인신매매 조직에 대한 엄중 단속에 들어갔으나, 오히려 단속이 난민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랑사에서 구조된 난민들은 선장이 누군가로부터 연락을 받고 엔진을 망가뜨린 뒤 혼자 도망치는 바람에 굶주림에 시달리면서 바다 위를 떠다녔다고 전했다.

한현섭 기자 h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