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수입차, 비싸야 더 잘 나간다

입력 2015-05-16 14:30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배기량 4000cc 이상의 대형차와 가격이 수억 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차들이 불황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16일 수입자동차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배기량 4000cc 이상의 대형차는 올해 들어 4월까지 2337대가 팔려나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1841대)보다 26.9% 늘었다. 전체 수입차 평균 성장률(26.2%)을 웃도는 수치다.

모델별로 보면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가운데 최상급 모델인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클래스' 2종은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에 110대나 팔렸다. 전체 계약 대수는 280대에 달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애마'로 알려진 마이바흐는 2012년 단종됐지만 이번에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의 브랜드로 부활해 출시됐다. 국내에 들여온 S500과 S600 2종은 기본 차 값만 해도 각각 2억3300만원과 2억9400만원에 달하지만 고객들의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모터쇼를 통해 공개되면서 관람객의 큰 관심을 모았다”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더욱 넓어진 실내, 차별화된 최상위 편의 사양 등으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최고급 브랜드로 꼽히는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올해 들어 4월까지 23대가 등록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대가 등록된 것에 비하면 77% 가량 늘어난 실적이다. 특히 기본 차 값이 4억원대에 달하는 ‘고스트'는 13대가 신규 등록됐고 ‘레이스'도 10대가 팔렸다.

벤틀리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109대)보다 50여 대 이상 늘어난 162대가 팔리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벤틀리의 판매는 가격이 2억8000만원대인 세단 플라잉서퍼와 2억원대 초반인 컨티넨탈 GT V8가 주도했다.

고가 차량이 많은 포르쉐(89.4%)와 재규어(46.4%), 랜드로버(93.8%) 등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고가 수입차의 쾌속 행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입차 총 등록 대수가 지난해 1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수입차 고객층이 확산되면서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고가 수입차 구매 고객들이 기본적으로 경기 영향을 받지 않는 부유층이라는 점도 작용해 아무나 타는 차가 아니라 나만의 럭셔리 브랜드를 원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