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최근 외국 제품 사용을 ‘수입병’으로 규정하고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변변한 국산품이 없는데다, 그마저 품질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외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수입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없애라고 지시했다.
김 제1위원장이 수입병 근절을 강조하자 북한 언론은 연일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3월 30일 ‘모든 것을 수입해 쓰는 사람이 바로 현대판 노예’라고 보도했다.
탈북자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까지 나서서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수입품이 범람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의 공장과 기업소가 가동을 멈추자 중국산 제품이 장마당을 통해 북한에 쏟아졌다고 한다.
외국 제품의 범람은 북한사회의 풍속도를 바꿔놓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른바 ‘5장 6기’를 갖춘 사람이 잘사는 사람으로 간주됐다. 5장 6기란 이불장, 양복장, 찬장, 책장, 신발장 등 5 장과 TV, 냉장고, 세탁기, 재봉기, 선풍기, 녹음기 등 6기를 말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당 간부와 군 장성 등 권력자일수록 외제 사치품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탈북자는 “압록강 두만강 국경을 수비하는 국경경비총국 정치위원의 딸이 결혼식을 해서 평양 아파트를 한번 가봤는데, 깜짝 놀랐다”며 “아파트 베란다가 10미터가 되는데, 일본 아사히 맥주가 꽉 찼어요, 방안에 문 손잡이를 비롯해 모두 메이드 인 재팬이고, 그래서 야, 안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지만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쓸만한 국산품이 없는데다 품질도 나쁘다는 것이다.
북한의 특권층 사이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9일 한국 국회 보고를 통해 ‘북한 특권층 사이에서 쿠쿠 밥솥 등 한국식 소비 행태가 유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장마당에서는 한국산 제품을 사기 위한 일종의 ‘은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놓고 ‘한국 제품을’ 달라고 할 수 없으니까, ‘중국 것보다 더 좋은 것 없느냐’ 고 묻는다는 겁니다.
또다른 탈북자는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을, 더 급이 높은 것을 달라고 하면, 그러면 파는 사람이 딱 알아서, 그렇게 다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에서 한국산 가전제품을 쓰면서 호화생활을 하는 사람이 2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입이 쩍!...메이드인 재팬 도배한 아파트?” 北당간부, 최고급 일제 수입품 선호 확산
입력 2015-05-16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