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에서 '소탈남'으로?… 푸틴은 지금 이미지 변신중

입력 2015-05-16 01:04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미지를 ‘투사’에서 ‘소탈한 남자’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일인 지난 9일 러시아 방송에 포착된 푸틴 대통령의 모습을 근거로 이처럼 분석했다. 이 방송에는 1941~1945년 독일 나치와 전쟁에 참가한 가족들의 사진을 들고 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군복을 입은 자신의 아버지 사진을 앞에 든 푸틴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푸틴 대통령이 거기 있다는 걸 모를 정도로 ‘눈에 띄지 않게’ 서 있었다.

방송 진행자는 이 장면이 방송되는 30초 동안 푸틴 대통령이 거기 있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야단스러운 발표도 없었고 아무런 소동도 없었다. 왜냐하면 정치가 뒤로 물러난 놀라운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평등한 날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그냥 러시아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그와 얘기를 나눈다”며 ‘평범한 사람들 곁에 있는 푸틴’을 강조하려 했다.

소탈한 남자로서의 푸틴 이미지는 최근 로시야1 TV 채널에서 방송된 취임 15주년을 기념하는 150분짜리 다큐멘터리에서도 핵심 테마였다. 어릴 적 푸틴 대통령의 변변찮은 가정과 사망한 부친에 대한 그의 애착을 되짚는 내용들이 방영됐다. 푸틴 대통령 스스로도 이 방송에서 “보통 사람들, 그들과의 친밀감이 내 업무에 매우 중요하고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방송 중에는 푸틴 대통령이 2006년 독일 드레스덴의 한 커피숍을 방문해 다른 손님들이 알아보지 못한 가운데 한 켠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내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시사평론가 알렉셰이 말라셴코는 “그 순간 대통령 지지율이 100%에 도달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맞다. 포퓰리즘이다. 그러나 진정한 포풀리즘”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