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프로다… 이민영, 암투병에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오픈 첫날 8위 선전

입력 2015-05-15 19:3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승을 기록한 이민영(23·한화)은 올 3월 유럽 투어 대회 때 심한 복통을 느껴 경기를 포기했다. 검사 결과는 신장암이었다. 다행히 1기였고 지난 3월 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3개월 정도 쉬라는 의사의 만류를 뒤로 하고 그는 15일부터 경기도 용인의 수원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오픈 출전을 강행했다.

그는 “몸 상태는 예전과 같지 않지만 통증은 없어 경기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쉴 때도 골프 중계방송만 봤다. 어떨 때는 TV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회 1주일을 앞두고 연습을 시작했다”는 그는 대회 첫날 버디 4개에 보기는 1개로 막고는 3언더파 69타를 쳤다. 김현수(23·롯데) 등 7명의 공동 선두에 불과 1타 뒤진 공동 8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는 “오르막길 코스에서 숨은 조금 찼지만 이렇게 잘 칠 줄은 몰랐다”면서 “다시 필드에 설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들어 처음 대회에 출전한 그는 필드감을 느끼기 위해 대회직전 용인 프라자 골프장에서 3차례 연습 라운딩도 했다. 2차례는 카트를 탔고, 세 번째는 체력 훈련 겸 골프백을 직접 메면서 18개홀을 다도는 악바리 근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대회 첫 번째 홀인 10번홀에서 잘 치겠다는 욕심에 휘두른 드라이버샷은 왼쪽으로 감겼다. 이 홀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기록한 뒤 “컷 통과만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인 뒤 이후 4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호성적을 냈다.

수술 후 10야드 정도 비거리가 줄었다는 그는 “오늘 수많은 갤러리들로부터 ‘괜찮아’라는 격려의 말을 백만번은 들은 것 같다”며 “남은 대회에 모두 출전하지 않고 컨디션 봐가며 출전 대회 수를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친 김세영(22·미래에셋)에게 자신의 암투병 소식을 처음 전했을 때 ‘거짓말 하지마’라며 믿으려하지 않았다는 일화도 전했다.

이민영은 미국 진출의 꿈을 놓치지 않으려고 US여자오픈 국내 예선전 출전신청을 했다. 그는 지난해 KLPGA 투어 롯데마트 챔피언십 우승 부상으로 얻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을 수술 때문에 포기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되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서 “수술 뒤 그동안 뒷담화 했던 것 등 여러 가지를 반성하면서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