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년 꽃피우는 모디노믹스… 중국과 11조원 경협 합의

입력 2015-05-15 16:53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 정상들을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의 방중도 중국을 기분좋게(happy)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렇다. 오는 2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모디 총리는 경제 성장에 올인하다시피한 1년을 보냈다. 그의 경제정책인 ‘모디노믹스(Modinomics)’도 빛을 보기 시작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인도를 찾고 있다.

모디노믹스는 ‘작은 정부, 큰 거버넌스'(Minimum Government, Maximum Governance), ‘투자하기 좋은 나라’, ‘모든 제조업은 인도에서’(Make in India) 등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규제나 간섭은 적게 하는 대신 행정적 지원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친기업적인 투자환경을 적극 제공해 인도 자체를 거대한 ‘세계의 공장’으로 체질을 바꿔나가겠다는 내용이다.

모디는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중국 정상들을 차례로 만났고 매번 “인도의 인프라 시설에 투자해달라”고 적극 구애하고 있다. 도로나 항만, 철도, 공항과 같은 기반시설이 없으면 외국 기업들이 공장 건설을 꺼리고 사회도 발전할 수 없으니 시급히 이런 시설들에 투자를 해달라는 요청이다. 때문에 외신들도 모디 총리에게 있어 외교란 지정학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모디는 내부적으로는 기업세를 낮추고, 부유세도 폐지했다. 그렇게 하면 기업들 스스로 투자를 늘릴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미 2000년대에 인도 구자라트주 주지사를 지내며 이런 형태의 친기업 정책으로 구자라트주를 인도에서 가장 잘 사는 주 가운데 하나로 만든 경험이 있다.

모디노믹스가 현재까지는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연 7.5%로 16년 만에 중국(6.8%)을 앞지르고, 내년에는 더욱 격차를 벌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과 일본, 중국의 투자가 쏟아지고 있고, 18일 방한하는 그는 한국에서도 ‘투자약속 보따리’를 잔뜩 가져갈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방중 이틀째인 모디 총리는 15일 리커창 중국 총리와 베이징에서 가진 회담에서 철도, 교육, 과학기술 등 24개 분야에서 100억 달러(11조원) 규모의 매머드급 경제협력에 합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아울러 인프라 건설을 위한 고위급 회의체를 만들고, 인도의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이 노력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껄끄러운 문제인 히말라야 산맥 국경 분쟁과 관련해선 “양쪽 모두 원만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교환했다. 이 합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리 총리는 “인도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디 총리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인도 내부적으로는 모디노믹스가 지나치게 기업들만 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인도의 독립 매체인 스와라즈야는 “모디는 역대 인도 총리 가운데 경제적으로 가장 우파에 속한다”며 “모든 정책을 기업과 공급자 위주로만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싱가포르처럼 경제발전은 성공하면서도 정치 등 다른 분야는 정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손병호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