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새정치연합, 총선 앞두고 지리멸렬 계파 내전

입력 2015-05-15 16:47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전날 유출돼 논란이 된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 대해 15일 “우리가 내보내지 않은 거니까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전 국민이 알게 된 메시지를 없던 일로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4·29 재·보궐선거 전패 이후 촉발된 계파 갈등이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동’에 이어 문 대표의 ‘문건 파동’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20%대 초반으로 추락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간의 지루한 ‘내전’만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면전’이 코앞에 왔다는 비관이 퍼져가고 있다.

유출된 글에는 문 대표가 당내 분란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공천권을 노린 비노의 지도부 흔들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공천권 이야기는 비노 진영 전체의 의견도 아닌데 문 대표가 오해한 듯 싶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일부 의견을 비노 전체의 입장으로 의도적으로 오독한 뒤 이를 빌미로 반격에 나섰다는 시선도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문서 파동이 보도됐는데, 내용도 부적절하지만 그 내용이 왜 언론에 노출되느냐가 더 큰 문제”라며 “정치는 신의가 생명”이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내용과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최고위가 보류시킨 메시지가 곧바로 유출된 것에 대해 ‘친노 비선라인 유출설’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4·29재보선 참패 보름이 지난 이날에서야 “모든 계파가 참여하는 혁신기구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다. 문 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기득권의 실체와 어떻게 내려놓겠다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당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5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2%에 그쳤다. 3주전 29%에 비해 무려 7% 포인트나 빠졌다. 문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은 15%로 지난 달 22%보다 7%포인트 내려갔다. 특히 호남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이 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3위에 그친 것은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문 대표가 호남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잘못됐다”며 “지지는 호남에서 받아가면서 당권과 차기 권력은 비호남, 특히 PK(부산·경남)이 독식하는 구도에 대한 통렬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참패 전망은 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분당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문 대표가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한 지붕 두 가족’으로 8월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며 “8~9월쯤에 신당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