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공천지분 요구 세력과 타협할 수 없다”는 ‘속내’가 드러나면서 14일 당 내에는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 모두 공격을 자제했지만 4·29 재보선 후폭풍이 ‘때 이른 공천 전쟁’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文, “혁신의 길 걷겠다”=문 대표는 다시 한 번 당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문 대표는 “우리 당의 변화와 혁신은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우리 당의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위하고 국민이 바라는 혁신, 흔들림 없이 해나갈 것을 다짐한다.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문 대표와 뜻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강도 높은 당 쇄신 수습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내는데 당내 총의를 모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계파 논리나 서로 네 탓 내 탓하며 책임 떠넘기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천 지분 운운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노 진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날 “문 대표에게 시간을 줘야한다”고 했던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도 “우리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당분간 서로 절제와 휴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중재에 나섰다.
당초 문 대표는 오전 회의에서 당 쇄신안 ‘로드맵’을 밝히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날 ‘미발표 입장문’ 사태가 벌어지면서 미뤄졌다. 지도부는 오후 비공개회의에서 조속한 당내 분란 해소를 위해 혁신기구를 만들고 대규모 탕평 인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김성수 대변인이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늦어도 5·18 기념일인 오는 18일까지 당원들이 납득할만한 쇄신책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편이다.
◇다시 불붙는 ‘문재인 사퇴론’=비노 진영에서는 문 대표의 미발표 입장문의 여진이 상당한 강도로 이어졌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비노 원로들의 조찬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절대 지분 문제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권 고문은 “(문 대표의) 상황인식이 우리와 다르게 표현한 것 같다. 그렇게 오해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용희 고문은 “(문 대표는) 참 웃기는 사람”이라며 “나눠먹기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도 했던 건데 자기가 뭐 대단하다고 그러나”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보궐선거에서 패했으면 정치인은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내가 문재인 대표라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비노 현역 의원들은 집단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 비노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제 공개된 문 대표의 입장은 철저하게 계파적 시각으로 ‘비노는 기득권 수구 반개혁 세력’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독단적인 생각을 드러낸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사고구조가 똑같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그런 분열적이고 폐권적 사고로 어떻게 지도자가 되겠느냐”며 “문 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에서 문 대표에게 공천권 문제를 언급했던 유성엽 의원은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이 아닌, 당의 갈등을 수습하자는 충정에서 나온 해법”이라며 “공천혁신특위 구성 제언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지도부 흔들지 마라” 문재인의 ‘유출된 속내’ 당내 갈등 후폭풍
입력 2015-05-15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