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보이스피싱…‘칠순기념’ 돈 바구니가 사기로 변질

입력 2015-05-15 17:02

지난 11일 오전 충남 홍성에 있는 한 꽃집에 진모(29)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모님 칠순잔치용이라며 5만원권 20장으로 ‘돈다발’ 꽃바구니를 만들어달라는 거였다. 꽃집 주인 박모(48·여)씨는 120만원(꽃값 20만원 포함)에 꽃바구니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돈은 은행계좌로 입금하라고 했다.

오후 3시 진씨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실수로 돈을 더 많이 입금했다는 거였다. 확인해보니 계좌엔 실제로 495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박씨는 가게로 찾아온 진씨에게 꽃바구니와 함께 차액 375만원을 돌려줬다.

알고 보니 이 ‘찝찝한’ 거래는 보이스피싱이었다. 495만원은 저 멀리 강원도에서 쌀집을 하는 조모(68)씨의 돈이었다. 대체 어떤 수법을 사용한 걸까.

진씨는 박씨에게 꽃바구니를 주문한 직후 조씨의 쌀집에 전화를 걸어 55만원어치 쌀 20포를 주문했다. 이어 조씨에게 쌀값 55만원을 보내는 대신 ‘550만원 입금’이라는 은행 안내 문자메시지를 조작해 보냈다. 손님이 잘못 입금한 걸로 믿은 조씨는 계좌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진씨가 불러주는 계좌로 차액 495만원을 송금했다. 이 계좌는 오전에 진씨 일당이 꽃바구니를 주문하며 받은 박씨의 계좌였다. 진씨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475만원을 가로챈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진씨와 공범 양모(31)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이달 초부터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액 일부를 중국으로 송금한 내역을 확인하고 총책 검거에 나섰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