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3시 서울의 한 소아과 병원 1층 로비로 임모(49)씨가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영아들이 잠들어 있는 입원실 병동으로 올라갔다. 로비에는 보안요원 2명이 있었지만 임씨가 워낙 태연하게 들어오자 보호자로 생각하고 보내줬다. 그러나 임씨는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성범죄 전과자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임씨는 한 병실로 들어갔다. 아이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임씨는 곤히 잠든 아이의 환자복을 벗기고 추행했다. 이어 다른 병실로 이동해 또 다른 아이 1명을 추행했다. 모두 채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임씨의 비인륜적 범행은 낯선 사람이 새벽에 병실 드나드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간호사가 보안요원을 호출하고 경찰에 신고하고서야 끝났다. 임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몸수색 과정에서 전자발찌도 발견됐다. 24시간 감시받아야 할 성범죄자가 시내 한복판 병원에서 환아(患兒)들을 상대로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임씨가 소아병원에 들어갔을 때 그의 위치 추적을 담당하는 서울보호관찰소에는 직원 2명이 근무 중이었지만 범행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당시 9개 자치구의 성범죄자 130여명을 동시에 감시하다 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임씨는 성인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달 30일 출소한 상태였다. 판결에 따라 2017년 1월까지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한다. 재판부가 설정한 임씨의 출입금지 지역은 초등학교, 유치원, 아동 보육시설, 어린이 공원·놀이시설이었다. 소아과 병원은 해당되지 않았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폭력 전과자의 재범이나 발찌 훼손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폭력 범죄자 재범 건수는 2010년 3건에서 2013년 3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8월까지만 30건이 발생해 전년도 재범 건수를 뛰어넘었다.
지난달에는 서울 청계산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성범죄 전과자 박모(30)씨가 열흘간 도주 행각을 벌이다 인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검거됐다. 지난 7일에도 특수강도강간죄로 징역 6년을 복역한 뒤 출소한 A씨(35)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 착용자를 24시간 감독하는 체제이긴 하지만 새벽에는 낮 시간대처럼 많은 직원이 감독 활동에 나설 수 있는 인력 상황이 못돼 다소 취약한 점이 있다”며 “자정 전후 귀가하지 않는 감독 대상자는 이유를 확인해 귀가하도록 적극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유아들을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임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임씨가 비슷한 수법으로 다른 병원에서 유아들을 상대로 추가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양민철 홍석호 기자 listen@kmib.co.kr
전자발찌 관리 왜 이러나…전자발찌 차고 소아과병원 들어가 유아 성추행
입력 2015-05-15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