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챔피언이다. 한국 태권도가 최고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하민아(20·경희대)가 경기 내내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마음속으로 되뇌인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기대대로 한국팀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무명 선수인 하민아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의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49㎏급 결승에서 우징위(28·중국)를 연장전 끝에 4대 3으로 누르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성인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새내기가 올림픽(베이징·런던) 및 세계선수권대회 각 2회 우승에 빛나는 상대를 꺾은 것이다.
전날 16강전에서 세계선수권대회 3회 우승자이자 2012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브리히트 야헤 엔리케(스페인)를 꺾어 올라온 하민아지만 세계정상급 선수로 겨룬 결승전은 녹녹치 않았다. 3라운드 막판까지 1-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종료 18초를 남기고 코치석에서 갑자기 머리공격이 성공했다며 즉석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공격실패인 줄 알았지만 호흡을 가라앉히고 분위기를 바꿔보라는 의도된 판독요청이었다. 숨을 고른 하민아는 남은 18초 동안 연속 몸통 공격으로 종료 1초전 3-3의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서든데스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하민아는 39초 만에 오른발 돌려차기로 우징위의 몸통을 때려 승부를 갈랐다.
“꿈만 같아요.” 우승 첫 소감을 이렇게 밝힌 하민아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그는 “태릉선수촌에서도 뒤지고 있을 때를 가상해 반격 훈련을 많이 한 결과”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일곱 살 때 태권도를 처음 시작한 하민아는 울산 학성여중에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이집트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하민아는 시니어 무대에서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은 밑에서 올려다보기만 하면 됐는데 국가대표라는 높은 자리에 있다 보니 부담도 많이 되고 준비 과정도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첫 세계챔피언에 오른 하민아의 목표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세계태권도] 무명의 하민아 “내가 챔피언”… 한국에 첫 금 안겼다
입력 2015-05-15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