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스승의 날인 15일 검찰 출석 도중 중앙대학교 학생 2명에게 카네이션을 받았습니다. 박 회장은 얼마 전까지 중앙대 재단 이사장이었습니다. 대학교수들에게 섬뜩한 막말을 해 불미스럽게 사퇴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네티즌들은 카네이션의 진심을 의심했습니다. 재단 이사장 시절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마당에 스승의 은혜를 표현하는 카네이션이 웬말이냐는 겁니다.
중앙대 관계자는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학생이 이름까지 밝히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론이야 어찌됐든간에 아이돌을 만난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학생도,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학생을 슬쩍 밀쳐내는 이 상황 참 아스트랄하네요.
박 전 두산그룹 회장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황당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중앙대학교 학생 2명이 카네이션 꽃을 박 전 회장에게 달아주려고 달려온 것입니다. 남학생은 ‘박용성 이사장님 사랑합니다. 중앙대학교 08 박OO 11 육OO’이라고 적힌 하늘색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고 단발머리를 한 여학생은 박 회장 왼편에 서서 가슴에 꽃을 달았습니다.
좋은 일로 온 게 아니어서 인지 박 회장의 표정은 별로 좋진 않았습니다.
박 회장이 꽃을 꽂은 여학생을 슬쩍 손으로 밀치는 모습도 잡혔습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학생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 미소, 진심일까요. 아니면 장난일까요.
박 전 회장은 중앙대 재단 이사장 시절 본·분교 통합 등 역점사업을 돕는 대가로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대가성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박 전 청와대 수석은 구속됐습니다.
박 전 회장은 막말 논란으로 중앙대 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놨습니다. 그는 대학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목을 쳐 주겠다.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적은 협박성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꿀쨈노잼] ‘이거 진짜 나 주는거야?’ 학교비리 검찰 출두 박용성 회장 카네이션 촌극
입력 2015-05-15 11:19 수정 2015-05-15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