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외국정상 회동 처음” 中·인도 정상 시안서 밀월행보…전략적 협력 대폭 강화합의

입력 2015-05-15 01:28
세계 1, 2위의 인구 대국이자 경쟁 관계인 중국(13억5000만명)과 인도(12억3000만명)의 두 정상이 14일 ‘실크로드의 도시’이자 고대 문화교류의 현장인 시안(西安)에서 이례적인 ‘밀월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해 처음 중국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는 이번 방중의 첫 행선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고향인 산시(陝西)성의 성도 시안을 선택했다.

모디 총리는 방중에 앞서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 주석이 작년에 자신의 고향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시안은 현장법사의 인도여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시안에서 직접 모디 총리를 맞이한 시 주석은 “제가 외국 정상을 제 고향에서 맞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이에 대해 중국과 인도의 고대 문명은 높은 수준의 문화적 교류를 이어왔다고 답례하며 양국 관계의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중국언론은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베이징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직접 외국정상을 맞이한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라며 시 주석의 모디 총리에 대한 대우가 파격적인 수준이라고 해석했다.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은 “양국관계는 현재 민족 부흥의 역사적인 기회를 맞았다”며 “국제· 지역 문제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질서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자”고 말했다.

또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모디 총리가 제기한 ‘동방정책’을 함께 거론하며 둘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자고 당부하고 상호신뢰를 강화해 갈등과 문제를 잘 통제해나가자고 요청했다.

이는 오랜 기간 양국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국경분쟁 문제를 양국이 실리적 측면에서 좀더 조심스럽게 접근해나가자는 요청으로 해석된다.

모디 총리는 이에 대해 “인도는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AIIB틀 내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밀접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AIIB는 이 지역의 국가경제사회발전에서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도는 중국과 국제·지역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촉진하기를 원한다며 중국이 추진하는 ‘국제질서 다극화’에 사실상 지지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양국관계를 함께 “새로운 역사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와의 상호 이익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고, 모디 총리는 이에 대해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는데 인도 역시 남아시아지역과의 상호연결 건설을 중시한다”고 대답했다.

이날 오전 이른 시각에 시안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모디 총리는 중국 당국이 ‘세계 8대 기적’ 중 하나로 자랑하는 진시황 병마용(兵馬俑)과 오래전 인도에서 온 스님들이 불경을 번역했던 흥선사(興善寺)도 참관했다.

시 주석은 모디 총리와 함께 당나라 때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관하고자 건립한 대안탑(大雁塔) 등을 둘러보는 등 잇따른 '파격행보'를 선보였다.

산시성과 시안시는 이날 고성 앞에 당(唐)대 복식을 한 문무관원들과 궁녀들을 배치해 모디 총리의 첫 방중을 환영했다.

모디 총리는 부처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보리수 모종을 방중 선물로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방중 이튿날인 15일 베이징으로 이동해 리커창 총리와 공식 회담을 하고 16일 찾게 되는 상하이에서는 중국 경제인들과 만나 인도 투자 유치 등을 당부할 예정이다.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현재 양국 간에 추진되고 있는 고속철 프로젝트가 더욱 구체화되고 1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언론들은 모디 총리가 베이징 중심가에 위치한 천단공원에서 요가행사 등에 참석해 ‘요가홍보’ 활동도 전개할 예정이라면서 ‘시안방문’, ‘요가행사’ 등을 합쳐 ‘중국공략용 감성카드’, ‘소프트파워’ 등으로 묘사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