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당내 갈등 상황과 관련 '당 대표 흔들기'라는 인식이 담긴 글을 발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 형식으로 작성된 이 입장문에는 당의 분열을 경계하면서 단결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친노 패권주의'라는 일각의 지적에는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 대표는 당초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글을 발표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낮 12시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을 불러 해당 글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글의 내용과 발표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따라 이날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해당 글의 발표는 보류됐다.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들은 "대표의 입장 표명보다는 쇄신안을 내는 게 먼저"라는 의견을 내고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글에서 "지금껏 살면서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다"라며 "당 대표가 직접 책임지는 것이 의원들과 당원들 총의라면 언제든 결단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무책임한 사퇴가 전투 패배의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큰 전쟁에서 이길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게 책임 있는 장수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있고, 더 소통하고 더 화합하고 더 크게 통합하고 더 크게 혁신하라는 말씀을 받들겠다"라며 "당내 논의 절차와 의사 결정 과정을 더 투명하게 하고 폭 넓게 공유하겠다. 당 운영도 더 민주적으로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당내 중진들과 책임 있는 분들의 고견을 더 존중하고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혹여 특정 계파 이름으로 패권을 추구하고 월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먼저 쳐낼 것"이라며 "그게 누구든 제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은 결코 없다"며 "대표 개인의 자의가 개입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보선 패인을 치열하게 따지고 평가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패배의 책임을 막연하게 친노 패권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우리를 상대로 종북몰이 하듯이 우리 내부에서 막연한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러한 '친노 프레임'으로 비판을 가하는 것을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했다. 그는 "당 일각의 지도부 흔들기는 지금 도를 넘었다"라며 "당을 분열과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혹여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패권주의를 성토하면서 패권주의를 보이는 행태야말로 역 패권주의"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글을 마치며 "모두가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새 정치"라면서 "공천권을 당원들과 국민에게 맡기고 사심을 버리는 것이 개혁정치"라고 밝혔다. 이어 "명분 없는 분열로 국민께 더 이상 실망을 드려선 안 된다"라며 "기득권 정치로 회귀하면 공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치, 개혁정치로 가기 위해 단결하는 것만이 우리가 함께 사는 길"이라고 글을 마쳤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지도부 흔들기 도를 넘었다” 문재인, 비노 역공 기자회견 준비했다가 취소
입력 2015-05-14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