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의 야심찬 발걸음이 유럽과 아시아를 넘어 중남미로 향하고 있다. 오는 18일 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서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30억 달러(약 5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몰두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이 라이벌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를 종착지로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라 지 상파울루는 리 총리가 남미 순방 첫 차례로 브라질을 방문해 이 같은 대규모 투자협력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총 사업비가 100억 달러(약 10조8900억원)로 추산되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해 페루의 태평양 연안을 있는 남미대륙 횡단철도 건설 사업 등 30여개 프로젝트가 선보이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리는 이어 칠레, 페루, 콜롬비아를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리 총리의 이번 순방은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지역 내 대규모 인프라 구축사업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이는 최근 경제협력 강화와 인프라 투자를 양 손에 들고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를 순방한 시 주석의 행보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에너지와 기초시설 부문에 대한 투자는 ‘일대일로’의 기본 얼개이며, 리 총리의 남미 방문 역시 일대일로가 남미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7월 남미 순방 당시 시 주석이 약속한 250억 달러 규모 투자 약속에서 보다 확대·구체화된 후속조치를 통해 중국과 중남미 주요국 간의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수년간 경제위기에 시름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지난 한해 중국의 국유은행이 남미에 대출해준 자금은 221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자국의 에너지 안보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면서 에너지 자원 확보와 수송의 요충지인 중남미 투자를 통해 이들 시설의 사용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중남미 각지의 대규모 유전 개발에 참여하면서 중국은 자국 업체의 진출과 에너지 자원 확보를,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등 해외자본 유입이 다급한 중남미 국가들은 경기 활성화를 노린 ‘윈-윈’을 꾀했다. 지난해 12월 건설과 운영을 자국 국유기업이 담당하는 조건으로 수천억원을 투자해 니카라과 대운하 건설에 착수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가뜩이나 중국의 팽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은 코 앞까지 들이닥친 중국의 투자 러시를 못마땅해하며 경계하는 모양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정치권을 겨냥해 “미국이 자유무역 협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그 경제 공백에 중국이 끼어들 것”이라며 수차례 우려를 표해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남미에서도 세 불리는 중국…리커창 중국 총리, 브라질서 58조원 투자 계획 밝혀
입력 2015-05-14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