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면돌파 기자회견 준비했다가 전격 취소” 지도부 만류로 보류

입력 2015-05-14 17:00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4일 비노 진영의 친노 패권주의 청산 요구 등 당 내분 사태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담은 입장표명을 준비하다 일부 지도부 인사들의 만류로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표명은 유보됐지만, 문 대표의 움직임은 친노 패권주의 청산 요구의 본질이 결국 "내년 총선 공천권을 내놓으라"는 '문재인 흔들기'라는 친노 진영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계파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기의 문제만 남았을 뿐 4·29 재보선 수습책을 둘러싼 계파간 인식차가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당 내홍 상황에 대한 입장표명을 할 예정이었다. 그 방식은 '당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형태로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표명 글에는 "패권을 추구하면 그게 누구든 손과 발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다"며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자의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은 결코 없다"며 "기득권과 공천 지분을 지키기 위해 당과 지도부를 흔드는 사람들과 부당한 지분 나눠먹기 요구에는 타협하지 않겠다. 굴복하지 않겠다. 과거정치, 기득권정치로의 회귀는 공멸이며 개혁정치로 함께 가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고 복수의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수족을 잘라내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히면서도, 비노 진영의 '친노 패권주의 공격'이 내년 총선 공천 지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인식까지 담았던 것.

특히 '부당한 지분 나눠먹기 요구'를 '과거정치', '기득권정치'로 규정, 반격에 나서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도 배어 있었다.

문 대표는 전날 비노의원 모임인 '민집모'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후 "부당한 공격과 흔들기에는 물러서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 "나를 계파수장으로 몰아 공천권을 전횡하려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 아니냐"며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 진영의 정면돌파 움직임은 11일 문 대표와 가까운 노영민 의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파동에 대해 "최고위원직을 수행하는 건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의무이행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건 자해행위"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감지됐다.

친노측 김경협 수석 사무부총장도 이날 오전 트위터글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 공천권은 권리당원 40%, 국민 60% 참여 경선원칙, 오픈프라이머리 여야합의시 이를 수용, 이미 지난 4월 최고위회의에서 의결돼 당원과 국민에게 공천권 드렸다"며 "그런데도 공천권을 내놔라? 무슨 뜻?"라며 비노 진영을 정조준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입장표명 계획은 문 대표가 이날 낮 12시께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인사들과 입장표명 글을 공유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자칫 전면전으로 비쳐지며 분란이 커질 수 있다"며 "시기적으로도 쇄신안을 마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적절치 않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또 입장표명 내용과 형식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최고위원들과의 논의를 하지 않은 점도 참석자들이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문 대표는 이날 오후 1시30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일단 이날 입장표명은 '없던 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이후 "오늘 메시지를 준비했다면서요…"라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논의만 했다"고만 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가 오후 2시 기자회견을 한다는 내용의 일부 언론보도가 나자 당 차원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긴급 대책회의 내용에 대해 "당 내분 사태에 대한 수습을 어떻게 가닥잡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개진이 있었다"고 전했다.

쇄신안 발표 시기와 관련, 5·18 전에 시급하게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과 좀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5·18 전에는 최소한의 로드맵 정도는 내놔야 한다는데 대체적 공감이 이뤄졌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인적쇄신을 위한 당직개편 및 이를 위한 정무직 당직자 사퇴 의견 등도 일부에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