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선에 주변국 냉랭

입력 2015-05-14 17:23
요즘 동남아 해안에 8000여명의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인들이 탄 난민선들이 육지 상륙을 시도하고 있지만 주변국들은 난민선이 도착하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다시 바다로 쫓아내고 있다고 AP통신이 14일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전날 500명의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인이 탄 난민선이 말레이시아 북부 페낭섬에 접근했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이 연료와 음식을 주고 다시 바다로 되돌려 보냈다. 영국 BBC방송도 인권단체 아라칸프로젝트를 인용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로힝야족이 가려는 3개국 전부 이들을 되돌려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많은 난민선들이 수주째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고, 일부는 배에서 숨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북서부의 라카인주에 사는 이슬람교도로 대다수가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극도의 차별 속에 살아 왔다. 100만명 정도인 이들은 1000년 전부터 미얀마에 이슬람 상인 신분으로 건너와 지금은 미얀마인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미얀마 측에선 불법 이민자로 규정해 시민권도 주지 않은 채 라카인주의 집단거주지 등에서만 살게 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특별구역에서는 식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병원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엄격한 출입통제를 하고 있어 감옥생활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생활조건 때문에 이전에도 육로를 통해 태국 등으로 빠져나갔지만 최근 태국이 육로를 차단하면서 바다를 통한 밀입국이 급증하게 됐다. 최근에는 방글라데시로 떠난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 현지인들이 가난을 피해 불법이민 행렬에 가세했다.

주변국들은 난민행렬이 계속될까 걱정돼 쉽사리 로힝야족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이들을 차별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미얀마 정부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아울러 위급한 난민들은 주변국들이 적극 분산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로힝야족 역시 결국은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로 변할 것이라고 인권단체인 국제위기그룹(ICG)이 경고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