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아이콘에서 승리의 요정으로.’
롯데 자이언츠 투수 심수창에게는 항상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18연패를 당해 한국 프로야구 최다 연패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타선 지원이 없었을 때도 있었고 잘 던지다가도 교체 타이밍이 빨리 이뤄져 승리를 날린 날도 많았기 때문이다. 잘 생긴 외모와 실력에 비해 승리와 인연이 없자 ‘신이 심수창에게 얼굴을 주고 승운은 주지 않았다’는 말도 나돌았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던 투구 폼을 스리쿼터로 바꾸며 구위가 더욱 좋아졌지만 승을 챙기지 못했다. 지난달 10일 무려 1049일 만에 선발로 나와 8-2로 앞선 6회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갑자기 불펜이 난조를 보이며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더 극적으로 승수 쌓기에 실패했다. 6회까지 2실점 호투를 펼쳐 9회까지 롯데가 6-2로 앞서갔지만 마무리 김승회가 9회말 외국인 선수 브렛 필에게 동점 만루 홈런을 맞으며 승리가 날아갔다. 심수창은 경기 후 “(승리와 인연이 없다는 것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체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팀 사정상 선발에서 마무리로 바꾼 후 상황이 달라졌다. 마무리 심수창 카드는 이종운 감독의 고육책이었다. 올 시즌 마무리로 낙점된 김승회는 2세이브만 거둔 채 방어율 12.27을 기록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이에 김성배, 이정민 등 여러 투수들이 돌아가며 마무리를 맡았지만 모두 한 차례씩 블론세이브를 하는 등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무리로 보직이 변경된 후 심수창은 연일 롯데를 살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첫 마무리로 나온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팀이 3-2로 역전에 성공한 7회말 선발 조쉬 린드블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심수창은 서동욱과 이택근, 박병호로 이어진 넥센의 2~4번 강타선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지난 12일 넥센전에서도 팀이 5-4 간발의 차로 앞서던 9회초 등판해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팀의 6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지독히도 없던 승운도 따르고 있다. 전날 넥센과의 경기에서 심수창은 8-6으로 앞선 8회초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했다가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9회말 최준석이 끝내기 홈런을 쳐주며 2011년 8월27일 롯데전 이후 무려 1355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심수창은 “내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린다고 생각하고 공을 던지려 하고 있다”면서 “다음 경기에서도 똑같이 팀 승리를 위해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심수창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이 감독은 “심수창이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경에도 최선을 다해줘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심수창이 동료들을 더 믿고 자신감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더 이상 이런 표정은 없다” 심수창, 불운의 아이콘에서 승리의 요정으로
입력 2015-05-14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