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기록사랑마을’ 운영 제자리 걸음

입력 2015-05-14 15:46
제주도내 최초로 지정된 ‘기록사랑마을’이 공간 협소와 전시대 부족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가 국가기록원 지정 제3호 기록사랑마을로 지정·운영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유배인들의 전파한 수준 높은 학문의 영향으로 안성리 마을 주민들은 일찍부터 고문서를 향사(마을회관)의 ‘서통궤’(목재함)에 잘 보관했고, 함부로 열람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관리했다.

안성리 마을회관 2층 ‘기록전시관’에는 오늘날 주민등록부나 다름없는 36권의 ‘호적중초(戶籍中草)’가 보관돼 있다. 호적중초는 주민들의 신분 구별과 역(役) 및 공물(貢物)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 1843년 호적중초에는 추사 김정희에게 집을 제공했던 송계순과 강도순의 호구도 기재돼 있다.

전시관에는 동성리에서 안성리로 개명한 내용이 담긴 1879년 호적중초, 관동대지진 희생자를 확인할 수 있는 안성리 민적부, 각종 교지와 칙명 등의 자료도 전시되고 있다.

기록전시관은 2010년 11월 문을 열었다. 안성리가 주민 기증 등을 통해 보유한 자료는 250점이 넘는다. 마을 회의실로 사용하던 곳을 전시관으로 만들고, 소장품을 공개하고 있으나 별다른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공간이 협소한데다 전시대까지 부족해 소장 자료를 묵혀둬야 하는 실정이며, 고문서 보관에 필요한 항온·항습 장치도 없다.

안성리 기록마을측은 국내대학 사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자료 관람과 연구를 위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성리 마을에서 비용을 50% 부담해 전시대를 구입하는 등 마을 예산을 쪼개 관리비로 쓰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공간 조성, 전시대 마련, 영인복제 작업 등 마을 주민들의 건의 내용을 바탕으로 전시관을 확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