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예비군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피해자에게 “가해자 역할로 현장검증을 하라”고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뉴스원은 14일 서울 내곡동 동원예비군훈련장에서 조기 퇴소한 김모(26)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전날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의 내막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씨는 가해자인 최모(23)씨 뒷조에 속해 사격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최씨가 영점사격 한 발을 표적지에 쏘고 다른 사로의 사수들에게 차례로 조준사격을 했다”며 “이에 왼쪽 사로 통제를 담당했던 중대장이 ‘다 내려가, 도망가’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건 현장을 혼비백산과 공포 그 자체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최씨가 미처 도망치지 못한 마지막 한 사람에게 웃으며 총구를 겨누었다가 이를 자신의 머리에 돌려 방아쇠를 당겼다”며 “사건이 발생하자 예비군들은 훈련장에 있는 언덕을 뛰어 내려가다가 그대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최씨에게 조준 당했던 부사수가 현장검증 참여를 강요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피해자인 부사수는 사건현장에 가는 것을 거절했지만 군 측이 최씨 역할을 맡겨 사고재현을 시켰다는 것이다.
김씨는 “참고인 조사 중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사격장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 마지막으로 최씨에게 조준 당했던 부사수에게 군 측이 현장검증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언쟁이 있었다”며 “군 측은 피해자인 부사수에게 최씨 역할을 맡으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인 부사수는 사건현장에 누가 가고 싶겠냐며 거절했지만 군 측은 ‘국민의 알권리가 먼저’라며 현장검증에 데려가 최씨 역할을 맡긴 채 사고재현을 시켰다”며 “군 측은 정신적인 상처를 입더라도 (현장검증에) 나가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육군은 13일 저녁부터 총기난사 현장을 목격한 예비군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료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부사수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책임질 거냐” “피해자에게 가해자 역할을 시키다니 말도 안 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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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4 15:17 수정 2015-05-14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