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여왕의 꽃’이 소품용 차량에 붙이 가짜 번호로 물의를 빚고 있다. 가짜 번호판을 붙인 소품용 차량이 주정차 위반을 저지르면서 번호의 실소유주가 과태료 청구서를 받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자동차 커뮤니티사이트 보배드림은 14일 “차량 번호판을 도용당했다”는 한 회원의 고발로 들끓었다. 이 회원은 장문의 글과 사진을 올려 다른 회원들에게 도움을 청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것과 같은 차량번호를 부착한 차량이 드라마 소품용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회원이 주장한 상황은 이렇다. 그는 지난달 21일 오후 9시18분부터 7분간 서울 잠원동의 한 호텔 주변에서 주정차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 사전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의 차량번호는 ‘15ㅇXXXX’로 이 회원의 것과 일치했다.
하지만 차종과 외관은 달랐다. 그가 소유한 차종은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였다. 반면 통지서 속 차량은 볼보 승용차였다. 그는 “통지서 속 주정차 위반 시점엔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차량을 몰지도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통지서 속 차량의 행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그는 “통지서 속 차량이 뺑소니를 치고 달아난 상태로 목격자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걱정했다. “문제의 차량을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다른 회원들에게 호소했다.
그의 답답한 마음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풀렸다. 눈썰미가 좋은 한 회원이 ‘여왕의 꽃’의 소품용 차량번호와 일치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댓글로 알렸다. 게시글은 지난 13일 오전 7시에 작성됐고 댓글은 같은 날 오후 4시에 달렸다. 의문은 불과 9시간 만에 풀렸다.
실제로 가짜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은 드라마에서 몇 차례 등장했다. 장면 속 차종도 볼보로 통지서 속 차량과 일치한다. 차량번호의 나열 방식이 독특해 도용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실소유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지 못하고 주정차 위반까지 범한 드라마 제작진은 논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인터넷에서는 비난이 빗발쳤다.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은 피해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보상하라” “주정차 위반은 물론 차량번호 도용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방송사나 영화사의 제작진 중 누군가가 소품용 차량으로 뺑소니를 저지르고 번호판을 폐기한 상태에서 시청자나 관객이 발견하지 못하면 번호의 실소유주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MBC 관계자는 “문제를 접수하고 제작사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MBC ‘여왕의 꽃’ 가짜 차량번호 물의… 진짜 주인에 주차딱지 “뺑소니면?”
입력 2015-05-14 15:11 수정 2015-05-14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