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말괄량이 삐삐를 출간해 세계적 인기를 누린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제2차 세계대전을 지켜보면서 느낀 고통이 세상에 공개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린드그렌이 1939년 9월부터 1945년까지 쓴 17권 분량의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일기의 첫 장은 “오! 전쟁이 일어났다.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어제 오후에 아이들은 뛰어놀고 공원에 앉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오늘! 독일이 폴란드를 폭격했다”고 썼다. “라디오에서 온종일 전쟁 보도가 나오고 청년들이 징집되는 혼란 속에 모두가 끔찍하게 낙담하고 있다”면서 “신이 광기에 시달리는 이 가련한 세상을 도우실 것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노르웨이 유대인 1000명이 폴란드로 추방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날에는 “악마같다”고 분노했다.
1945년 5월 7일엔 “전쟁이 끝났다! 전쟁이 끝났다! 전쟁이 끝났다!”라며 “봄이다. 이 축복된 날에 태양이 빛난다. 전쟁은 끝났고 히틀러는 죽었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린드그렌은 전쟁 이야기뿐만 아니라 1945년 세상에 내놓은 말괄량이 삐삐를 구상하는 과정과 결혼 생활의 위기로 인한 괴로움도 일기에 적었다.
작가의 딸 카린은 “엄마의 일기를 더 많은 사람이 읽지 못하는 게 아쉬웠으나 분량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이번에 출간을 결정했다”면서 “종전 70년과 말괄량이 삐삐 출간 70년을 맞춘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말괄량이 삐삐’ 작가가 기록한 2차대전의 고통
입력 2015-05-14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