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다.
14일 낮 12시까지도 북한 주요 매체인 로동신문과 우리민족끼리 등에서는 현 인민무력부장의 소식을 담은 뉴스 등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 로동신문의 30일자 “조선인민군 제5차 훈련일군대회 참가자들은 모란봉악단공연 진행” 기사에는 현 인민무력부장이 리영길을 비롯한 조선인민군 지휘성원들과 조선인민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들과 공연을 보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참석했다.
현 인민무력부장은 지난달 30일 평양 순안구역의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공개처형을 당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방장관으로 군 서열상 황병서 총정치국장 다음의 서열 2위다. 총살 이유는 사석에서 김정은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앞에서 졸았다는 것도 큰 이유로 꼽혔다.
북한은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했을 때는 장성택과 관련된 사진들을 모두 회수하며 ‘장성택 지우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북한의 주요 매체인 로동신문에서 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30일자 기사를 삭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가정보원은 현영철이 지난달 27일~28일 진행된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했지만, 같은 달 30일 김정은의 군 훈련일꾼대회 참가자들과의 기념촬영에 불참했다는 점에서 숙청일자를 지난달 30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조선중앙TV는 5일부터 11일까지 김정은의 군 관련 기록영화를 방영하며 3월 20일 북한 공군의 비행장 타격훈련 때 김정은을 수행한 현영철의 모습을 삭제하지 않고 방영했다. 숙청된 인물을 지우는 작업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담당한다.
국정원은 13일 현영철 숙청 발표를 하면서 ‘총살 첩보’에 대해 북한이 공식발표하지 않았고, 김정은 기록영화에 계속 등장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단정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현영철을 숙청하고도 관련 사실을 숨기는 이유로, 지난달 29일 고위 관계자 15명이 처형된 외신 기사를 고려해 김정은이 비공개를 지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동무, 고사포로 처형당하기 전에 날래 삭제 하라우” 현영철 건재한 로동신문
입력 2015-05-14 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