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3년 12월 자신 주도로 전격 처형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유령’과 여전히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포함한 고위 인사를 무더기 숙청한 것도 장성택 잔당 제거 과정에서 세력 간 이전투구가 벌어지면서 발생한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장성택 처형 당시에는 제한적으로 일부만 솎아냈다가 지난해부터 중앙·지방 간부 수십 명을 숙청하는 작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면서 “장성택 계열을 제거하는 동시에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중심으로 한 빨치산 계열을 부각시키는 인적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제1위원장이 장 부위원장 처형 이후 잔여 세력을 숙청했다는 관측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김 제1위원장은 집권 첫해인 2012년에는 3명, 2013년에는 30여 명을 숙청·처형했는데, 그 숫자가 장 부위원장 처형 이후부터 지금까지 39명에 달한다. 특히 장 부위원장이 지도했던 노동당 행정부 소속 인사들이 대거 희생됐다.
또 김 제1위원장은 경제 부문에 깊게 드리워져 있는 장성택 잔재 제거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장 부위원장이 구축한 경제 이권 사업 체계를 해체한 뒤 상당 부분을 직접 관할 체제로 편입시키거나 군부에 이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조직지도부·국가안전보위부는 장성택 세력 축출을 주도하면서 김정은식 공포통치의 핵심 기반으로 떠올랐다. 장 부위원장이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을 계기로 제거한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측근인 조연준 제1부부장이 숙청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정은, 아직도 ‘유령’과 싸우고 있다?” 장성택 처형 뒤에도 잔당 제거 작업 계속
입력 2015-05-14 1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