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직원 ‘수표 밖에 없다’ 기지 발휘…1억대 보이스피싱 막아

입력 2015-05-14 11:22

지난 12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우체국을 찾은 A(68)씨는 9500만원이 든 정기예금을 해약해 전액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우체국 금융창구 담당인 최인자(50·여) 주무관은 A씨가 거액을 현금으로 찾아가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의심했다.

최 주무관은 우선 우체국에 거액의 현금이 없다고 둘러댄 뒤 A씨에게 해당 금액을 수표로 찾을 것을 권유했다.

수표는 당일 현금화가 불가능하고 지급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A씨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수차례에 걸쳐 밖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했다. 최 주무관은 그런 A씨를 보고 더욱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하게 됐다.

A씨는 “빚을 갚기 위해서 현금이 필요하다”며 정기예금 해약과 현금인출을 고집했지만 최 주무관은 끝까지 현금이 없다고 버텼다.

최 주무관은 현금의 사용처를 조심스레 물었고, A씨가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정기예금을 현금화해 놓으라고 전화를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뒤늦게 자신이 큰 피해를 당한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A씨는 최 주무관에게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최 주무관은 “평소 보이스피싱에 대한 직원교육을 받았고, 며칠전 방송에서 본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를 떠올려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주변에서 칭찬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