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출항한 ‘핵이빨 더비’는 1년의 항해를 마치고 꿈의 무대로 정박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뿌리 깊은 악연을 남긴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7·우루과이)와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31·이탈리아)가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재회한다. ‘핵이빨 더비’가 성사됐다.
키엘리니는 14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1실점으로 막았다. 경기는 1대 1 무승부로 끝났다. 유벤투스는 지난 6일 홈구장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4강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2대 1로 격파했다. 최종 전적 1승1무로 결승 진출권을 낚아챘다. 2003년 준우승 이후 12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우승이다.
결승전 상대는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는 독일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과의 4강전에서 최종 스코어 5대 3(최종 전적 1승1패)으로 승리했다.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는 다음달 7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대결한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축구선수에겐 꿈의 무대다. 키엘리니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밟을 무대의 무게감만큼이나 수아레스와의 악연으로 특별하다.
수아레스는 우루과이 대표팀 공격수로 출전한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탈리아 대표팀 수비수 키엘리니의 어깨를 물었다. 키엘리니의 어깨에는 물린 자국이 남았지만 수아레스는 자신의 치아를 붙잡고 통증을 호소하는 엉뚱한 행동으로 비난을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수아레스의 기행을 뒤늦게 적발하고 대표팀 경기 9차례 출전정지와 4개월 축구활동 금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수아레스는 에반더 홀리필드(53)의 귀를 물었던 마이크 타이슨(49)의 별명인 ‘핵이빨’이나 ‘뱀파이어’로 불리면서 한동안 축구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두 사람의 악연에서 화해의 손짓을 먼저 내민 쪽은 피해자 키엘리니였다. 키엘리니는 ‘핵이빨’ 사건 두 달 뒤인 지난해 8월 “수아레스가 과한 징계를 받았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FIFA는 징계 수위를 풀지 않았고, 수아레스는 바르셀로나 입단식도 공식적으로 할 수 없었다.
키엘리니와 수아레스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대결을 확정한 뒤 언론이나 SNS를 통해 서로와 관련해 발언하지 않았다. 도발과 설전으로 장외 대결을 벌이지 않겠다는 두 사람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유럽 언론은 두 사람의 ‘핵이빨 더비’를 앞세워 프리뷰를 쏟아내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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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4 10:28 수정 2015-05-14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