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만 예비군이 떨고 있다?” 옆에 있는 예비군이 나에게 총구를 겨눈다면?

입력 2015-05-14 09:22

지난 13일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B급 관심사병 출신 최모(23)씨가 총기를 난사해 3명이 죽고, 2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예비군들 사이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영점사격훈련을 받고 있는 내 옆 예비군이 나한테 총을 겨눌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4일 육군 등에 따르면 제대 1~8년차 예비군 편성대상은 올해만 270만 명에 달한다.

60만명인 현역 군 장병과 비교했을 때 4배가 넘는 만큼,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언제 제 2,3의 최 씨가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동안 예비군 훈련장 사고는 주로 관리 소홀, 부주의 등으로 인한 총기ㆍ폭발물 관련 사고였다. 직접적으로 예비군이 총기를 난사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예비군들이 받는 충격은 더 컸다.

더구나 최씨가 현역시절 B급 관심사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예비군들 사이에서는 언제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현역과 달리 예비군은 특별관리대상 지정제도가 전혀 없어 이들에 대한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잖다.

관심사병은 A,B,C,D급으로 나뉘는데 B급은 ‘가혹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부류다.

당초 경기 연천군의 한 부대에서 생활하던 최 씨는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한 뒤 B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같은 대대 내에서 중대를 한 번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입대 당시에는 병무청에서 신인성검사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일단 제대를 하고 나면 관심사병 꼬리표는 사라지고, 다른 예비군들과 똑같이 동원 훈련장에서 사격 훈련을 받는다. 제대후 최 씨와 같은 관심사병을 관리할 특별관리대상 지정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사격 훈련 전 군의관이 약식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다곤 하지만 형식적으로 질병유무를 묻는 정도에 불과하다.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어도 사전에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예비군 훈련을 지위했다는 군 관계자는 “군 복무를 마친 사람들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일이 없다고 생각해 훈련병 교육보다 느슨하게 임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