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모라타에 잡힌 레알… 호날두 토닥토닥 “인생이란 그런 거예요”

입력 2015-05-14 09:05 수정 2015-05-14 10:57
모라타 트위터 사진

알바로 모라타(23·스페인)는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출신이다. 스페인 19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표팀 공격수로 뛰었던 2011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프로로 입문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이었다. 2013년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 선수권대회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의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고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런 모라타에게 잉글랜드 아스날과 리버풀 등 유럽의 명문 구단들은 꾸준하게 구애했다. 모라타는 거절했다. 스타플레이어들이 은하수처럼 모인 레알 마드리드가 어울리는 둥지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포르투갈)의 높은 벽이었다. 모라타의 잠재력만으로는 레알 마드리드의 최전방을 지휘하는 호날두를 대신할 수 없었다. 30대로 접어들면서 기량이 정점에 오른 호날두는 좀처럼 모라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모라타의 출전 기회는 적었다.

모라타는 올 시즌의 개막을 앞둔 지난해 7월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다.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수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더 많은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던 유벤투스에서 모라타는 출전 기회가 많았다. 베테랑 스트라이커 카를로스 테베스(31·아르헨티나)와 함께 유벤투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모라타를 앞세운 유벤투스는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빠르게 우승을 확정했다.

모라타는 14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모라타에게 1년 만에 돌아온 고향이자 적진이다. 유벤투스가 전반 22분 호날두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0대 1로 뒤진 후반 11분 모라타는 동점골을 넣었다.

지난 6일 홈구장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4강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2대 1로 격파한 유벤투스는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결승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1차전에서도 선제골의 주인공은 모라타였다. 2차전이 1대 1 무승부로 끝나면서 유벤투스는 결승으로 진출했다.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의 4강전에서 시작과 끝이 모두 모라타의 골이었다.

모라타는 경기를 마치고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스페인 스포츠지 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팀에 골을 넣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중요한 골을 넣었지만 한편으로는 괴롭다”고 했다.

모라타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배들과 관중의 환대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4)와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29·이상 스페인)가 잘하라고 격려해줬다. 늘 따뜻하게 대해준 마드리드의 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유벤투스는 다음달 7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와 우승을 놓고 대결한다. 유벤투스는 2003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12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정상이다.

모라타는 “오늘 경기에 만족하지만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겠다”며 “바르셀로나는 대단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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