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러시아 지도부의 만남이 이뤄지면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고립정책이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12일(현지시간) 열린 미·러 고위급 회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얼음처럼 경색된 양국의 냉전 국면을 깨트린 진전된 회담으로 평가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잇달아 8시간에 걸쳐 회담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회담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 고립 정책에서 벗어나 양국 협력을 모색하는 모드로 전환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케리 장관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을 양국이 모두 솔직하고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하며 시리아 내전과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공동 전략 모색을 위한 회담이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러시아 고립 정책은 끝이 났으며 대신 국제 협력, 특히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협력 방안 모색에 방점이 두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더불어 이번 회담은 예전의 양국 회담과는 분위기가 달랐다며 최근 몇 년 동안 미-러 관계의 뗄 수 없던 일부였던 냉전 시절 특유의 악의와 부정적 수사가 사라졌다고 NYT는 전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이번 회담으로 양국 관계에 도약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순 없지만, 두 강대국이 협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첫 번째 징후가 나타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샤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서 러-미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복원시키려는 원칙적 기대를 갖고 임했다”며 “우리는 이번 회담이 아주 유익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도약은 없었지만, 대화의 톤은 아주 차분했다”고 전했다. 케리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 모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양국의 이견은 남아있지만 지난 2월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휴전협정)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음을 피력했다면서 분쟁 당사자들이 이 과정에 협력할 수 있도록 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CNN 방송은 푸틴 대통령과 케리 장관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얼음’은 깨졌지만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아직 먼 여정이 남아있다며 조심스런 전망을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신냉전 완화되나… 美언론들 “미·러 고위급 회담, 러시아 고립정책 끝났다는 증거”
입력 2015-05-13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