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포정치] 김정은의 ‘숙청 정치’ 배경은?

입력 2015-05-13 21:32

‘김정은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숙청과 처형을 통한 공포정치로 요약된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잇달아 숙청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무엇보다 취약한 권력기반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로 집권 4년차를 맞았지만, 국정운영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자기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김 제1비서가 극단적인 통치방식을 택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여전히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시절에 성장한 권력 집단과 시스템에 의존해 정권을 운영하다보니, 이들을 ‘완전하게’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그의 가슴속에 자라고 있다는 의미다.

김 제1비서는 아버지의 와병으로 2009년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후계자로 내정됐고 2011년 김 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사실상 정치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권좌에 올랐다. 거기다 33세라는 어린 나이에 50~70대 최고위급 인사들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도 공포정치 의존증을 낳았을 수 있다.

김 제1비서는 유년시절을 스위스 외국인학교에서 보냈고, 김일성종합대학 이외에는 북한 내에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혁명세대의 자녀들과 자연스레 친교를 맺을 수 있는 사회생활도 없었다. 따라서 정치적 동지나 세력 없이 오로지 부친 시절의 권력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해도 어릴 때 만났던 사람들이거나 어머니 고영희씨의 인맥에 불과하다.

이처럼 권력 기반이 허약하다 보니 김 제1비서는 핵심 간부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고, 숙청과 총살이라는 충격요법을 남발하며 간부 전체에 대한 집중 감시를 실시한다는 것이 국가정보원의 분석이다. 간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하고 사소한 것이라도 잡히면 처벌하며, 더 나아가 처형까지 행하는 폭압정치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고위간부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수시로 조사하고 재판도 단행하는가 하면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이를 총괄 지휘하며 김 제1비서에게 수시로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 제1비서의 개인적 성격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권력기반이 허약함에도 최고지도자로서의 자존심이 굉장히 크다. 어릴 적부터 ‘왕자’ 신분으로 생활하며 익숙해진 자만심에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맛봐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에 대해서 용납을 못하는 심리상태라는 것이다.

그의 이런 정치행보는 아버지의 측근 관리와 비교된다. 김 위원장은 일반 서민이나 중간 간부보다 권력핵심 측근들에 무한애정과 신임을 주며 정권을 유지했다. 설사 측근이 실수나 잘못을 해도 지방행 같은 가벼운 처벌만 행했다. 또 후계자가 되기 전 10년 이상 노동당에서 말단 또는 중간 간부들과 호흡하며 만든 인연이 집권이후에는 단단한 집권기반이 됐다.

때문에 지금의 최고위 간부들은 김 위원장 집권시절 익숙했던 ‘이견 제시’나 ‘정책 조언’을 김 제1비서에게도 행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김 제1비서는 이를 ‘불경’ ‘불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숙청 칼날이 아버지 시대와는 정반대로 지근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하는 핵심 측근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제1비서의 무자비한 숙청이 권력층의 충성심 대신 공포심만 유발해 지지기반 이탈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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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