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毛澤東)에 앞서 초기 중국 공산당 지도자를 지낸 리리싼(李立三)과 국경을 넘어 세기의 사랑을 나눴던 러시아 출신의 리샤(李莎·리사 키스킨) 여사가 12일 베이징(北京)에서 숨졌다. 향년 101세.
리샤의 가족들은 그가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新)이 AFP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귀족 가문 출신인 리샤는 1930년 모스크바에 머물던 리리싼과 만난 후 6년 만에 결혼했다. 리리싼은 공산당 지도자에 올랐으나 난창(南昌) 봉기 등의 실패로 실각한 후 러시아로 가서 항일전 종료시까지 머물렀다.
리리싼은 모스크바에서도 1936년 스탈린에게 소환돼 자아비판을 한데 이어 1938년 비밀 정보기관에 끌려가기도 하는 등 고난이 심했으나 리샤는 리리싼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리샤는 리리싼이 마오쩌둥의 부름으로 중국에 귀국하자 그를 따라가 1946년 중국 건국 기념식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부의 행복한 시절은 문화 혁명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리리싼은 노동부장 등 고위직을 역임했으나 1967년 문화혁명 기간 반혁명분자로 몰려 자살한다.
남편과 함께 거리에 끌려나가기도 했던 리샤는 8년간의 옥고를 치른 후 1975년 석방되고 나서 소녀들의 교육과 프랑스어 번역 작업에 물두했다. 그는 모스크바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다.
1980년 덩샤오핑(鄧小平) 체제에서 남편과 함께 명예 회복을 한 리샤는 남편의 자살에 여전히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리샤는 99살이던 2013년 주중 프랑스 대사관에서 “20세기 고난의 시대에 인성의 신성함과 존엄성을 말살하려던 세력들의 시도에 수차례 저항했다”는 이유로 레지옹 도뇌르 명예 훈장을 받았다.ㅣ
리잉난(李英男), 리야란(李雅蘭) 두 자녀와 친지들이 병상에서 그의 임종을 지켜봤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중국판 ‘세기의 사랑’ 리리싼 부인 리샤 사망
입력 2015-05-13 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