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주요기업 3곳 중 1곳 대주주 지분 절반이 담보 잡혀

입력 2015-05-13 10:16
사진= 지난 2월5일 코스닥 600돌 돌파 당시 모습. 국민일보DB

코스닥의 주요 기업 가운데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이 대주주 일가 주식을 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매출 기준 코스닥 100대 기업 중 대기업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84개 기업 주주의 주식담보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주주 일가가 보유 지분의 전부 혹은 일부를 금융권 등에 담보 및 질권으로 설정한 곳이 27곳(3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이들 기업의 대주주 일가는 모두 47명이었다.

이들 47명의 주식평가액은 1조7020억원이고, 8000억원(47.0%)이 담보로 제공했다. 대주주 일가 한 명이 평균 362억 원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절반 가까운 170억 원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CEO스코어가 조사해 발표한 30대 그룹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비율 36.7%보다 10.3%포인트 높은 수치다. 코스닥 100대 기업 대주주 일가의 보유 주식가치는 5월11일 기준이며, 주식담보비율은 주식자산 대비 담보 제공된 주식가치로 계산됐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주가가 담보권 설정 아래로 폭락할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 100대 기업 중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엠케이(MK)전자였다. 차정훈 회장은 엠케이전자 지분 3.9%를 보유해 평가액이 58억원이었는데, 이를 모두 담보로 제공해 주식담보비율이 100%였다.

엠에스오토텍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 대부분도 담보로 잡혀 있다. 엠에스오토텍 지분 46.8%를 보유한 창업자 이양섭 회장과 2세 이태규 대표의 주식 99.3%가 담보 및 질권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엔브이에이치코리아는 구자겸 회장의 친인척으로 1.9%(26억원) 지분을 보유한 19세 구본주 씨가 주식의 89.3%를 담보로 맡겼다.

유진기업은 코스닥 100대 기업 중 주식을 담보로 잡힌 대주주 일가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기업 그룹 계열사를 제외하고 톱 10에 속하는 성우하이텍, 인터파크, 이지바이오, 휴맥스, 우리조명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 내역이 없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