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내용은 점점 기발해진다.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살려서 납치했다는 보이스피싱범이 인터넷에서 씁쓸함과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경상도 사투리가 심한 남성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어머니가 잡혀있다. 내가 필요한 돈은 2000만원인데 줄 수 있어”라며 대뜸 돈부터 요구한다.
피해자의 통장에는 200만원 밖에 없었다. 범인은 “200만원은 안돼 손가락 몇개 잘라줘”라며 협박을 한다. 이에 피해자가 “어디서 돈을 찾아야 하죠 제가 일을 하는게 아니고 저도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있습니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입금 방법에 대해서도 실랑이가 벌어졌다. 피해자는 통장으로 이체해야한다고 말한다. 이에 범인이 “병원에 입원한 사람이 통장을 들고 가? 잔머리 굴리는 거 같은데”라며 반문하며 “어머니 머리카락 잘라줘”라며 다시금 협박한다.
피해자는 “머리카락 잘라라. 돈도 안된다”며 쿨하게 답한다. 범인이 “니 엄마 머리 꼬불해서 돈 안되겠는데”고 답하자, 피해자는 “우리 엄마 3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뭔소리 하노, 이 XX야 밥은 먹고 다니나”고 아픈 과거를 털어놓는다.
범인의 답변이 기가 막히다. 범인은 “내가 살려놔서 바로 옆에 있다”고 답한다. 둘은 이내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터뜨린다. 서로의 나이를 묻고 고향을 묻는다. 범인은 “바쁘니까 끊어”라며 6분의 통화를 끝낸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