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중요 시설 낙서꾼들에게 쉽게 뚫려 ‘보안 구멍’

입력 2015-05-13 09:36
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주박지에 세워져 있던 전동차 옆면 낙서.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대구지하철 중요 시설이 전동차에 낙서를 하러 온 괴한들에게 쉽게 뚫리는 등 보안에 허점을 드러냈다.

13일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새벽 2시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임시차고지(주박지)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 2명이 전동차 2량의 옆면과 앞 유리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그래피티)를 하고 달아났다. 전동차엔 분홍색과 녹색, 검은색으로 ‘BLIND’라는 영문글자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주박지는 영업하지 않는 시간 동안 전동차를 세워두는 공간이다.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전동차들이 있는 곳이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영업시간 이후에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괴한들은 환기구 잠금장치를 부수고 사다리를 타고 침입해 30여분 정도 낙서를 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사월역 주박지의 경우 사건 당시 CCTV가 설치된 곳은 환기실 앞 한 군 데뿐이었다. 이마저도 자동녹화용으로 도시철도공사의 CCTV종합관제소에서 모니터링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월역 지하통로에는 CCTV 등 감시역할을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자정쯤 영업이 종료되면 첫차 운행이 시작되는 다음날 오전 6시쯤까지 별도의 관리 인력도 없었다.

이 때문에 도시철도공사가 낙서를 발견한 것은 4시간 정도가 지난 오전 6시10분쯤인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이 첫 운행을 앞두고 전동차를 점검하다 낙서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도시철도 1·2호선의 주박지가 모두 비슷한 상태라는 것이다. 1호선엔 2곳, 2호선엔 4곳의 주박지가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낙서 발견 당일 긴급회의를 한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차량기지 경비순찰 강화’ ‘운행 종료 후 잔류승객 확인 철저’ ‘주박기지 역 환기구 용접보강’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