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저학력자의 술 소비량이 많고, 여성은 고학력자가 오히려 더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여성은 5명 가운데 1명꼴로, 저학력 여성은 10명 가운데 1명꼴로 위험 수준에 가까운 정도의 술을 마시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을 상대로 술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2012년 1인당 평균 연간 술 소비량은 9.1리터에 달했다. 이는 와인으로 치면 100병 정도에 해당하는 알코올 분량이다.
연간 평균 술 소비량은 20년 전인 1992년에 비해 2.5% 정도 줄었다. OECD는 전반적인 술 소비량은 감소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20% 정도는 여전히 과도한 음주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우려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연간 1인당 평균 술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에스토니아로 12.3리터에 달했다. 반면에 한국과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터키 등은 회원국 평균에 못 미쳤다.
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진국들의 ‘최고 술고래’(heaviest drinker)는 가난하고 덜 배운 남성들과 함께 사회적으로 그 대척점에 있는 부유하고 많이 배운 여성들으로 나타난 것이다. 회원국 대부분에서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사회경제적 위상이 높은 여성들이 더 위험한 음주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더 많은 급여를 받으면서 책임감과 함께 스트레스 강도가 커지면서 여성 사이에 위험한 음주자가 늘고 있으며 여기에는 고학력 여성 사이에 음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보고서는 “여성들의 이 같은 생활 변화상은 교육을 많이 받고 고용시장 전망도 개선되는 데다 사회 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결혼과 임신이 늦어지는 것 등이 모두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호주 공중보건협회 대표인 마이클 무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위상과 음주와의 상관관계는 이미 잘 알려졌지만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쪽에 부유한 여성들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놀랍다”고 말했다.
아울러 술을 입에 대는 청소년도 남녀를 불문하고 늘었다. 15세 이하 청소년 가운데 남성의 경우 술을 마시는 비율이 2000년에는 30%에 그쳤으나 이 비율이 2015년에는 43%로 부쩍 늘었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은 술을 마시는 비율이 같은 기간 26%에서 41%로 증가했다.
한 번의 술자리에서 5∼8잔 정도를 연거푸 마시는 폭음 또는 과도한 음주는 영국에서는 줄어든 반면에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늘었다.
OECD는 국가별로 현재의 술값을 10%가량 올리는 가격·세금 인상 방식이 술 소비량을 줄이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권고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남성은 저학력, 여성은 고학력자일수록 술 더 마신다
입력 2015-05-13 08:59 수정 2015-05-13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