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에서 의결하지 못한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12일 오후 소집된 5월국회 첫 본회의는 회의가 진행된 65분간 내내 혼돈과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당초 4월 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했던 연말정산 추가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민생관련법안에 대한 진지한 심의자세는 실종됐고, 여야간 고성과 항의 속에 공방만 난무했다.
본회의는 시작부터 여야간 대립을 예고했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개의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난 6일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강행처리한 것을 문제삼았다.
최 의원은 새누리당을 비판하면서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해 "과도한 해석으로 국회법 범위를 넘는 월권적 직권상정을 했다"며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해외순방중이라 의장석에는 없었다.
이어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이 발언에 나서 야당 소속인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 60여건에 대해 서명하지 않아 본회의 부의를 '원천봉쇄'한 것을 정면 비판했다.
민 의원은 "야당(소속인) 법사위원장의 몽니로 법안 처리를 못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국회가 국민의 삶을 발목잡는 행태를 더이상 보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석에서는 야유와 맞고함이 터져나왔다.
뒤이어 소득세법 개정안, 상가 권리금 보장을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누리과정 예산지원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 등이 잇따라 표결처리되는 등 본회의는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규탄 결의안'이 상정되면서 여야는 재격돌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은 토론에 나서 안건과 상관없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을 언급, "여야간 합의, 사회적 대타협을 손바닥 뒤집듯 깬 게 누군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면서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한 마디로 이렇게 국회가 여야간 증오와 대립의 장으로 치닫는 것을 보시면서 만족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누가 적반하장이냐"며 항의했다.
여당 의원들의 빗발치는 항의 속에 계속 발언하던 이 의원은 앞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강제징용피해자 손해배상 소송특례법안'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한 사실을 울먹울먹 언급하다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 의원은 "많은 피해자들이 울분을 쌓고 50여년 살아와야 했는데 이달 24일 시효가 만료되지만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오지 못해 제대로 소송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 의원은 발언시간을 넘겨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목청을 높여 발언을 이어갔고, 야당에서는 박수를 치며 이 의원을 격려한 반면 여당에서는 "뭐하는 거냐"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법사위 소속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발언에 나서 "법사위를 통과하면 뭐하나, 다 통과된 법을 본회의에 상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자 이번엔 야당측에서 일제히 항의가 터져나왔다.
발언을 마치고 표결이 진행되는 중에도 여당측에서는 "법사위원장 물러가라"고 소리쳤고, 야당 의원들은 "공무원 연금 개혁 합의 약속 지켜라"고 맞받아쳤다.
예정됐던 안건 처리를 마친 뒤에도 여야간 공방은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과 새정치연합 김성주 ·강기정 의원은 자유발언과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무산에 대한 책임을 놓고 '네탓 공방'에 열을 올렸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외국출장중인 정 의장과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부의장을 대신해 사회권을 잡은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부의장의 회의진행도 논란이 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부의장이 안건과 상관없는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의 발언은 묵인한 반면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은 제지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 부의장은 오늘 정말 불공정했다"며 "당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그 분이 차후에 사과 등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분의 사회에 대해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의원들의 고성과 야유로 얼룩진 회의장면을 지켜보다가 실망에 가득찬 얼굴로 회의 중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울고 소리치고 야유하고…여기가 대한민국 국회?” 65분동안 아수라장된 본회의장
입력 2015-05-12 18:48